연중 18주일

2025. 8. 2. 오후 5: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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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18주일

 옛날이야기 한편 들려 드리지요. 사막에서 기도하던 한 수도자가 근엄한 표정으로 궁궐에 나타납니다. 그의 모습이 워낙 성인 같았기에 궁궐 경비병도 기에 눌려 제지할 생각도 못합니다. 그가 임금 앞에 이르자 왕은 묻습니다. 그래 원하는 게 뭐요?” 그러자 수도자는 저는 이 여관에 잠시 머물고 싶습니다.” 답합니다. “여기는 여관이 아니라 내 왕궁이요.” 하자 수도자는 왕에게 되묻습니다. “그럼...왕께서 사시기 전에 이 집은 누구 것이었습니까?” “그야 돌아가신 선왕의 것이었소.” “그러면 그전에는 누가 살았습니까?” “당연히 우리 할아버지 아니겠소? 그분도 돌아가셨지요.” “그럼 이 왕궁도 사람들이 머물다 가기는 마찬가지군요. 그래도 여기가 여관이 아닙니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마치 여관 같은, 또는 공항 로비에 사는 듯 보입니다. 로비에 머물다 비행기 시간이 되면 다들 떠나야 하는 인생입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런 생각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현재가 전부인인 양, 그렇게 사니까요. 여러분에게 현재는 과연 언제까지 이어지나요?

 이제 있었던 실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예전 교우가 떠오릅니다. A라는 본당을 떠나 소임을 받고 다른 본당에 간지, 석 달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병자성사를 제게 받고싶다고요. 일단 더 이상 그 본당 소임이 아니기에 본당 신부님과 말씀해보라고 했지만 완강하게 절 찾는다는 이야길 들려줍니다.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잡고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1인실이었는데요. 가족들이 누워계신 분의 이름을 들려줬지만 저는 과연 그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병실 벽에는 사진 붙여놨기에 사진을 보고서, 평소 콧수염을 기르던 멋쟁이 형제님임을 기억했습니다. 평일미사도 참여하던 열심한 분이었지요.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파주에 전원주택을 짓고, 6개월 정도 지나 이삿짐도 반쯤 옮겼고요. 그러던 차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방문했더니 의사가 입원을 해야 한다더랍니다. 가족들도 의아했지요. 헌데 보름가량 지나니, 지금처럼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전해줍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안타까움이었고요. 한편으로 탄식이었습니다. 인간의 계획과 노력이 갑작스런 사태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남의 집 문제로만 들리지 않는 이 사태에 무엇을 찾아야 할까요?

 복음에 나온 이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지요. ~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하지만 생명의 주인은, 그 주도권은 자신이 아니었지요. 피조물은 창조주가 허락해야 삶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린 처음부터 내 것처럼 굴었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걸 성경의 저자는 알기에 코헬렛은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라는 비관적이지만 한편으로 뼈 때리는 실제를 고백합니다. 여기엔 나름 성경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당시 주님이 태어나기 전, 기원전 3세기 팔레스티나는 그리스 제국의 식민지였고요. 무거운 세금을 내야 했던 희망 없던 시기였습니다. 이럴 때 성공과 행복에 이르려면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특정한 집단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 안에서 권력을 누리고, 쾌락을 찾고, 신분이 상승되는 것 뿐이었지요. 하지만 그게 되려면 깨끗하고 선한 방식으로 되겠습니까? 이면에는 냄새나는 환멸나는 방법 외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 실망감을 맛보며 코헬렛의 저자는 하느님이 역사의 주인이시며, 다른 것은 다 유한한 것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주시는 생명은 선물이기에, 지금의 소유물은 영원한 내 것이 아니라, 잠시 관리만 하며 잡고 있을 뿐임을 알려주는데요. 그러면서 사회체제의 내부문제로 의롭지 못해 벌어지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을 고발하며, 몇몇 이들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이며, 이런 문제점에 대해 항의하기보다, 따라만 가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 오늘 말씀의 키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요.

 사랑하는 인헌동 본당 교우 여러분.

주님은 파괴하라고 초대하시는 동시에, 새롭게 건설하길 바라십니다. 그저 아무 생각없는 개미들처럼 따라가지 말고, 거짓된 것을 부수며 참된 것을 찾으라고 말이지요. 현재도 매 주말마다 복권판매소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증시 현황만 쳐다보는 삶이 제대로 된 사회구조는 아닌데요. 비록 덥지만 진정 찾아야 할 것을 찾는 여러분이 되길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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