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5주간 목요일

2023. 5. 11. 오전 9:27:54

글자

부활 5주간 목요일

 조선의 정승으로 영의정을 제일 오래 역임한 황희 정승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고려 말 때 태어난 그가 문종 때까지 살면서 영의정만 18, 좌의정 5, 우의정 1년을 합쳐 24년간 정승 자리에 있었는데요. 하지만 성품이 좋았던지라 임금이 그를 계속 옆에 두었나 봅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조정에서 일을 보다가 집에 왔더니 하인 2명이 싸우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한편 말을 듣고나서 하는 말이 네 말이 옳다하고요. 이에 다른 편 하인이 억울해하면서 말을 하니, 그걸 듣고서 그래 네 말도 옳다합니다. 이걸 지켜본 부인이 당신은 다 옳다고만 말하니 판결을 내려줘야죠?’ 하니까 황희가 부인에게도 말합니다. ‘그래 당신 말도 옳습니다’.. 젊을 때 이 이야기를 듣고서 참 우유부단한 사람이구나 라고 여겼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더군요. 이 안에는 사랑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름의 사정을 여겨봐준 것이지요.

 며칠 전부터 독서는 구약시대 때부터 지켜온 율법을 중시하는 사상과 예수님의 가르침이 부딪히는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서 모세 때부터 지킨 할례를 지켜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하면서 분위기가 술렁거립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 구약시대 방식과 예수님 방식이 정리가 안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베드로가 나서며 말합니다.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사실 율법이 지켜야 할 조항이 많았기에 제대로 지키려면 힘들었던 사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상숭배를 금지하라고만 전합니다. 세상 일이 그렇지요. 뭔가 시스템을 체계화 할수록 좋아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큰 것을 보지 못하곤 합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은 지금 건강하니까, 재력도 있으니까, 별 문제없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약자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겐 가혹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죠.. 그래서 복음에도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하십니다. 여기서 언급된 계명은, 자잘한 조항을 말하는 것이 아니지요. 큰 틀 안에서 서로가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큰 가르침을 말한 것이지요.

 앞서 네 말도 맞다라고 한 것도 그렇습니다. 작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참된 것을 잘 찾아갈 때, 작은 불화와 갈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