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9주일. 전교주일

2009. 10. 17. 오후 4: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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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연중 29주일, 전교주일. 이사야 53,1-11;히브리 4,14-16;마르코 10,42-45

찬미 예수님. 일 주일 동안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이 본당에서 2 년여의 시간을 보내왔지만 그동안 정작 제 개인적인 얘기는 별로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제 개인사를 꺼내며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저는 어릴 때 연극배우가 꿈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관련 학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 꿈은 저를 계속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군 제대가 가까울 무렵,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역 이후에 연극을 하는 어느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요즘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립극단을 제외하곤 배우들의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작품을 올려야만 돈을 받을 수 있기에 나머지 기간은 그야말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것이 배우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신문배달, 편의점 직원, 냉동 훈제 칠면조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였고요. 책을 파는 텔레마케터로도 일하였습니다. 제 영업수완이 좋았는지 어떤 날은 전화 상담만으로 하루 4명에게 오더(order)를 따내기도 하였는데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물건을 팔기에 앞서서 남에게 뭔가를 권하려면 그 물건이 ‘참 좋다.’ 라는 것을 내가 먼저 느끼고 인식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하고 말입니다.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이 “참 좋다.” 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끼면서  남에게도 자신감 있게 권하고 계십니까?

 

오늘 복음은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힘들게 공부하고 살았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른바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이고, 고생 안하려 남들이 말하는 이른바 인물이 되려 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이와 반대로 말씀하십니다.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하시니 말입니다. 이런 게 하느님의 모습이라면 당장 관두고 싶다고 말할 사람이 나올런지 모릅니다. ‘이것을 따내려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남 위에 서려고 밤잠 설친 날이 얼만데..’ 하면서 말입니다.

 

예전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예전 지학순 주교님과 민주화 운동을 하던 장일남이란 분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다가가 묻습니다. “장 선생님! 사람들이 모두 인물이 되길 원하는 데 과연 그 인물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요. 그러자 장일남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물은 말이지요. 결국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인간을 말합니다. 세상에서 보통 인물이라고 하면 기운세고, 머리 좋고, 권세 있는 사람인데 알고 보면 그런 인간들 때문에 세상이 허덕여왔습니다. 제일 좋은 삶이란 그저 자기 새끼 데리고 이웃 사람과 친화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것 말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동네에 이완용 같은 사람이 나와도 인물 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이 동네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 거룩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고요.

 

2독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은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를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라고요. 그렇게 주님은 하느님이셨지만 인간처럼 낮아지셨습니다. 과연 왜 그러셨을까요? 낮아져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높은 곳에 있다보면 사람을 사람처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앙적 삶은 단순합니다. 하느님 사랑, 이웃사랑하면서 잘 돌볼 때 모든 것이 이뤄집니다. 진정한 전교를 원한다면 내 삶부터 좋은 삶으로 가득해야 하는데요. 제가 가끔 교적을 보다보면, 가족 모두 세례명이 있지만 어떤 이는 쉬고 있는 사람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근데 그 사람을 다그친다고 해결되겠습니까? 혼낸다고 교회 가겠습니까? 내 삶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 이 신앙이 참 좋은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이실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전 여러분의 가정 안에서 그런 기적이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삶을 바라보는 자세부터 살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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