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5주간 화요일. 민수 21,4-9; 요한 8,21-30
모든 일에는 과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헌데 이 과정의 길을 걷는 시간은 참 견디기 힘들고요. 짜증도 나고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렇잖습니까? 하물며 업무나 집안일도 그러한데, 구원을 얻는 길이 쉽고 편하리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잘못이지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오늘 민수기에 나오는 구약의 백성들은 지쳐있고요. 마음이 조급합니다. 왜냐하면 힘들었던 노예생활을 등지고 하느님이 약속하신 구원의 땅으로 가는 데에는 찬동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불평이 나옵니다. 어쩌면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지요. 헌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하느님의 대응방식입니다. 사람들이 불평을 하니까, 이를 달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뱀을 보내서 그 사람들을 물어 죽입니다. ‘뭐 이런 하느님이 다 있습니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것을 어찌 봐야 할까요? 여기서 잠시 제 체험을 소개합니다.
신학교에서는 교칙상 따로 30분정도의 시간을 개인묵상을 하라고 시킵니다. 같이 하는 성무일도나 매일 미사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30분의 시간이 잡념 때문에 집중이 안되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묵상 시간을 1시간으로 늘였습니다. 그렇게 해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의 중심이 잡히는 것이 느껴지고요. 잡념을 따라가지 않는 기도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준비기도의 시간도 줄어들면서, 본기도의 묵상 시간이 더 생겼기에 마음이 침잠해지고 말씀의 본뜻이 조금씩 보이는 듯 싶었습니다. 헌데 문제는 그걸 견뎌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에는 시간만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니다. 즉 당신과 함께하며 '믿음 어린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요.
복음에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 아니라..” 즉 지금은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지만, 나중에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면 알게 될 것이라는 뜻인데요. 당연히 과정의 시간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정 중에는 ‘내가 잘하고 있나?’ 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다수가 포기하는 경우를 봅니다. 당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쉽지 않습니다.하지만 이러한 훈련, 수련이 없는 신앙생활은 마치 남의 다리를 긁는 형국인데요. 우리에겐 조급함을 이기는 순수한 미련함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