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고르넬리오와 성 치프리아노 순교자 기념일

2021. 9. 17. 오전 12:09:04

글자

성 고르넬리오와 성 치프리아노 순교자 기념일

 몇 달 전부터 봉성체를 재개했습니다. 신청자에 한하여, 그리고 미리 전날 연락드리며 가능하신지 물어보면서요. 예전처럼 구역장님, 다른 교우들과 함께하면 감염의 우려가 있기에 지도앱을 들고 다니며 홀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헌데 한 할머님은 제가 기도문을 읊는 와중에도 연신 하느님 죄송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립니다. 처음엔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한편으로 이제 이해도 됩니다. 그분이 할 수 있는 마음 표현의 전부라는 것을요. 늙고 편찮으신 것이 당신의 잘못도 아니신데, 연신 성당에 못 가서 죄송합니다 란 말씀하시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오늘 복음의 죄 많은 여인의 행동과 겹쳐보입니다.

 그녀는 예수님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정성을 드립니다. 울고 있는 눈물로 주님의 발을 적시며,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닦고, 입을 맞추며 향유를 붓는 과정은 바리사이들의 눈에는 그저 부정한 여인일 뿐이고 그런 그녀가 자기들 곁에 있다는 것이 못마땅할 뿐이지만 그녀의 마음을 읽으신 주님은 일부러 가만히 계셔주십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랑이란 것을 아시기 때문이지요. 혹시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도 꺼내기 힘들어서 곁에서 주위를 맴돌며 마음만 애태운 적이 있습니까? 혹은 그런 이들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당시 박해가 두려워서 그만 배교를 하고 말았던 신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하신 고르넬리오 교황님의 기념일을 맞은 오늘, 한편으로 코로나가 두려워 그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름 모를 교우들의 아픔도 느껴집니다. 결국 많이 용서 받은 이가 더 많은 사랑을 배우듯이 지금의 형편이 건조하지만 그분의 사랑을 닮아가며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