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5 주간 화요일. 에즈라 6,7-20;루카 8,19-21
노자가 쓴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나 그 가운데를 비게 해야 그릇으로 쓸모가 있고, 문과 창을 뚫어서 방을 만드나 그 방 안이 비어 있어야 방으로 쓸모가 있다.’ 라고요. 남의 종교는 무조건 자신을 비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실 우리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청빈이나 십자가 성 요한의 나를 비우는 무아(無我)의 모습을 강조합니다만 그들과 우리가 다른 것은 그들은 무조건 비우는 데 중점을 두지만 우린 채우기 위해 비우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한다고 여기십니까?
오늘 독서는 하느님의 집을 공사하는 장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유배에서 돌아와 지은 하느님의 집은 과연 무엇으로 가득하게 되겠습니까? 그저 벽돌이 가득한 곳일까요? 아니면 율법이 잘 모셔져 있는 곳일까요? 아닐 겁니다. 그 안에는 당신을 새롭게 바라다 볼 그들의 신실한 마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자 “내 어머니와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하십니다. 우리가 신앙인이라면 그동안 가졌던 육적인 관계를 떠나 새로운 관계로 돌입해야 합니다. 그 관계란 예전의 것에서만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가나 음악가나 소설가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것에서 머물지 않고 항상 떠나려 합니다. 새로움의 갈망을 갖는 이유는 그저 대중의 인기영합에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갖고 있던 신앙의 시각에서 머물지 않고 더 넓혀갈 때 우린 하느님의 다른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집을 새롭게 꾸미려면 새 가전제품을 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벽지를 바른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먼저 해야 할 것은, 갖고 있던 것을 버릴 때 새로움은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이뤄왔던 신앙의 단계에서 머물지 마십시오. 예전 주님이 주신 은총이라 여겼던 것을 쥐고만 있지 마십시오. 채우기 위해 우린 비워내야 합니다. 예전 것이 없어진다고 겁내지 마십시오. 그분이 알아서 채워주심을 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우린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