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합동 위령(慰靈) 미사.
살아계신 이 시간을 잘 살고 계십니까? 어찌 보면 살아있는 이 시간은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인 반면,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험이란 주님의 심판을 준비하는 삶이기에, 육신을 떠난 영혼은 다시 공로를 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살아있을 때에만 ‘공덕(功德)’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기간입니다. 코헬렛 9장 10절에는 “네가 힘껏 해야 할 바로서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나 하여라. 네가 가야하는 저승에는 일도, 계산도, 지식도, 지혜도 없기 때문이다.” 라는 말씀처럼 죽음으로 넘어간 자는, 이제 뭔가를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이 사라졌기에, 오직 하느님의 결과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자기가 가진 기회를 다 썼기 때문이지요. 우린 아직 그 때가 오직 않았기에 남은 삶을 공덕을 쌓으며 살아야 하는데요. 공덕 중 하나가, 지금 드리는 위령미사입니다. 위령(慰靈). 영혼을 위로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들을 돕고, 그러면서 아직 살아있는 나 자신도 도울 수 있는데요.
오늘 복음에 나온 부자는 자신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우리도 어찌 보면 비슷합니다. ‘가족’을 위해 산답니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는 이렇게 가르쳤지요. ‘자신의 영혼을 구하고자 신앙이 필요하다.’ 고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영혼을 어떻게 관리해 가십니까? 어떻게 보존하고 있습니까? 이것을 가벼이 여기는 분이 많기에, 가진 탐욕으로 남과 자신을 다치게 만들고, 자신이 고립되고, 결국 마음의 병이 듭니다. 이렇듯 영혼을 돌보지 않고, 욕망과 욕심으로만 뭉쳐진 사람은 상당히 위험한 사람이 되고 마는데요.
아직 우리는 그래도 기회가 있습니다. 회개하고 새로이 태어날 기회가 있습니다. 남은 생을 잘 돌보며 주님의 가르침을 이행할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유일한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린 죽을 날이 언제인지 모르는, 다시 말해 시험 날이 있다는 것만 알 뿐, 그 시간이 얼마나 주어졌는지 잘 모르기에 하루하루를 그냥 허비합니다. 하지만 모르기에, 그 하루는 대단히 소중한 날이 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돌아가신 영혼들은 이미 기회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받는 연옥의 고통을 도와야 하니까요. 우리를 낳고 길러주신 분을 위한 감사와, 한편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지니고 살았던 그들의 부족했던 영혼을 달래드리며, 우리에게 아직은 남겨진 나의 영혼도 잘 돌보며 이 미사를 이어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