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1주일 . 2사무 12,7-13; 갈라 2,16-21; 루카 7,36-8,3
강론 시간이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는 시간은 아닙니다만,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사람을 향한 용서, 기회를 주시는 주님’ 의 모습을 보며 일반적인 교리를 나열하는 것보다 저를 통하여 용서와 기회를 주신, 하느님을 소개해 드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감히 강론시간에 이 얘기를 나눠드립니다.
지금부터 2년 전, 때는 2014년 1월 10일 오후 7시 반경이었습니다. 저녁 평일 미사를 마치고서, 8시부터는 예비자 면담이 있던 차라, 매우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녁 미사를 마치고 3층 사제관 계단을 내려오던 중 순간 졸도를 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계단에 엎어져 있던 저를 본당 수녀님이 발견하여 성모 병원 응급실로 갔다고 합니다. 시멘트 계단을 굴렀음에도 몸이나 얼굴에는 외상이 하나도 없었지만, 뇌 속에서는 피가 터져 1/5가량이 고여 있다고 했습니다. 의식이 없던 동안 이미 CT 사진을 4번이나 찍으면서 의사들은 ‘머리를 열어야 하나?’를 고민했답니다. 아마 그 때 머리 수술을 했다면 지금처럼 고운 머릿결을 보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ㅎㅎ. 결국 머리를 열지 않고 약을 복용하면서 피를 말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지만 정신은 멍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3일을 보내고 일반 병동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10일 동안, 별별 것을 다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되었습니다. 갑자기 호흡을 멈춰서 죽어가는 환자를 옆에서 지켜보았고요. 저의 긴 머리를 감겨주는 간호사님들의 고마움도 느꼈습니다. 물론 퇴원을 했어도 2주간 머리의 상태는 멍했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멍한 상태라서 무슨 말을 하는 지 별 느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감사한 것은 그런 지경이었다면, 어느 한 부분이라도 불구가 되거나 언어 장애 등의 문제가 있었을 텐데, 한 달 후 CT 사진을 다시 찍어 확인하던 병원 부원장님은, 결과를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얘기할 줄 알았건만 이런 답변을 하십니다....
“신부님이라서 이런 모양이네요...”
이미 2년 전에 끝났을 제 인생이 지금 여러분도 보다시피 멀쩡하게 살아났음을 감사드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럼 제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오늘 복음은 죄 많은 여자라고 불리던 그녀가 주님께 모든 정성을 다 바치는 이야기입니다. “눈물로 그 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순간 에로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많이 용서받았기에 많은 사랑을 표현해 내고 있는데요. 1독서에는 다윗왕이 나탄 예언자에 말에 이렇게 인정합니다. “내가 죄를 지었소” 한 나라의 임금이 자신의 죄를 순순히 순응합니다. 이런 행동은 자기를 인정한 다윗만이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 우리가 잘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인정할 것을 인정 않는, 사과를 하면 죽는 것처럼 느껴서일까요? 요사이 나라의 책임자부터 시민들까지 잘못을 해도 인정할 줄 모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번 인정하면 끝날 일을, 알량한 자존심과 법을 들먹이다가 오히려 더 큰 욕을 먹고 괴물이 되어가는데요. 우리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2독서에 나오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나를 통하여 주님이 드러낼 때 내 삶은 비로소 제자리를 잡고 빛나게 되는데요.
사랑하는 개포동 본당 교우 여러분
복음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그 채권자를 사랑하겠느냐? 시몬이 더 많이 탕감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답합니다. 이미 우린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오신 예비자분들도 자신의 삶을다시 시작하시고자 오셨고 교우 여러분도 주님 안에서 새롭게 되기 위해 이 미사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내가 너를 도와줬으니 고맙지 않니?’ 라고 자신을 내세우지만 당신은 침묵 가운데 그 사랑을 펼치십니다. 우리도 조용한 가운데 하느님께 받은 감사한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