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2016. 5. 2. 오후 5:24:27

글자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고린 15,1-8;요한 14,6-14

  예전에 프랑스로 해외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동기 신부가, 그 곳에서의 교육상황을 들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구두로 시험을 보았다는데요. 처음에는 한 학기동안 배웠던 것에 대해 대답을 잘 했답니다. 그러다가 교수가 이렇게 묻더랍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멍~했더랍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배운 것을 대답하기에 바빴을 뿐, 정작 자신은 그 문제에 관해 별로 생각이 없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만약에, 교수가 예상한 것과 다른 대답을 할 경우,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봐 두려운 것도 있었다는데요. 사실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교육을 받았지요. 내 생각이 없어야, 좋은 점수가 나오는 세상에서, 튀거나 괴짜 같은 생각은 무시당하기 딱 좋은 교육을요.

  저도 가끔 교우분들과 면담을 하면 그런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자매님이 알고 있는 주님은 어떤 분입니까?” 그럼 대답은 잘합니다. 주님은 구세주이시고.. 사랑이 넘치시며...’ 여러 대답을 하지요. 그럼 재차 저는 묻습니다. 그런 남들이 얘기해 준 것 같은 모범답안 말고요. 본인이 알고 체험한 주님에 대해 말씀해 주셔요.’ 그럼 그 때부터 침묵이 이어집니다. 왜 그 분은 대답을 못했을까요?

  오늘 말씀이 그러합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한 필립보에게 주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주님이란 분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교회라는 곳을 다닌 지 십 수년이 되었건만, 우린 왜 당신에 대해 잘 모를까요? 마치 나를 숨 쉬게 해 주는 이 공기를, 보고 만지게 해달라고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과 그동안 함께 했던 나의 삶을 되짚어 보자. 머물고, 맛보고, 체험하고, 그러면서 변화된 것을 바라보자. 아직 다 이해되진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예전보다는 나아졌고, 세상도, 교회도, 여전히 바른 목소리를 내려는 이들이 나오고있으며, 그로인해 더 나아지려는 몸부림을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제가 해야 할 것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저를 위해 건네 준, 글귀를 소개해 드리며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사제여..

너는 하느님 없이 무엇이며... 하느님과 함께 무엇이냐..

하느님과 함께 전부이고... 하느님 없이 아무 것도 아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