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마티아 사도 축일
교외를 나가보니 논에는 물을 대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오늘 석가탄신일을 맞이하면서 그들도 깨달음을 얻으려 열심하려는 정진(精進)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의 노력에 같은 종교인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중국 남북조 시대의 승려 설차화상이 지은 ‘모를 심으며’ 라는 시를 잠시 소개합니다.
푸른 모 쥐어 논에 가득 심고
고개 숙이니 물 속의 하늘이 보이네
마음이 맑고 깨끗하니 비로소 도를 이루고
뒷걸음치는 것이
원래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라는 시인데요. 모가 물에 잠겨있어야 좋은 곡식을 맺을 수 있듯이 오늘 말씀은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하십니다. 게다가 뒷걸음치는 것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간다는 싯구처럼 오늘 마티아 사도 축일을 맞이하며 그가 처음부터 12제자는 아니었기에 인간적으로 실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주님께 머물렀기에 오히려 그 점이 자신을 살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세상과 반대로 가면 당장에는 뒤쳐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교회에도 벌어집니다. 성직자로 수도자로 살다보면 세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인지, 성당에서 벌어지는 일을 빨리 해결하고 매듭짓고자, 밖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을 쓰는 것이 당장에는 빠르고 확실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른바 유혹이지요. 그래서 교우들이 바로 좋아해주고, 반응이 빠른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때는 옳지만, 항상 그렇지만도 아님을 봅니다.
신앙인은 머물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기도한다고 바로 얻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미련해 보입니다. 세상과 다르게, 뒷걸음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은 그렇게 해야만 진정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믿음은 그렇게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