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1주간 수요일. 이사야 25,6-1ㄱ;마태 15,29-37
‘아옌데 사건’ 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1970년 9월. 칠레 소아과 의사인 살바도르 아옌데는 좌파 정당과 노동조합의 대표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이 때 그가 내건 공약 중에 하나가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500ml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 였습니다. 누구는 이것을 포퓰리즘이라고 얘기하겠지만, 당시 칠레는 극심한 경제난과 높은 유아사망률,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정체 절명의 위기에 놓여있었습니다. 여기서 이 공약에 대해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곳은, 다름 아닌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였습니다. 커피와 우유를 생산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사안이 문제였습니다. 물론 아옌데가 네슬레에게 공짜로 분유를 달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제 값을 내고 국가에서 매입한 후, 분배하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아직 자국 기술로는 좋은 분유를 생산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당시 미국은 네슬레 같은 다국적 기업에게 여러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요. 만약 칠레가 미국의 의존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자립정권이 되면, 미국은 네슬레에게 받았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게다가 당시 닉슨 시대였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았습니다. 칠레의 이 사례가 만약 성공할 경우,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가면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기에, 미국은 손을 씁니다. 미국정부와 네슬레에 의해 아옌데 정부는 고립되고, 1973년 결국 미국 CIA와 칠레의 피노체트를 비롯한 군인들이, 구테타로 대통령궁을 습격하면서 피노체트 정권이 세워졌고요. 결국 아옌데 정권은 막을 내리면서 칠레는 예전처럼, 영양실조 어린이들이 만연한 세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게 70년대 칠레의 모습이었습니다만, 우리나라도 배고픈 어린이들이 여전히 있는데요.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 있는 빵을 모아보라고 하십니다. 결국 그 사랑이 모두를 배부르게 만듭니다. 이 모습이 독서 말씀인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버리시리라” 와 연결이 되는데요. 사랑은 막연하면, 자기 지갑만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보았다면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 명제가 떠올라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