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7주간 금요일. 사도 25,13-21;요한 21,15-19
예전 신학교에서 피정을 할 때 였습니다. 문득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신학생들은 하던 학업을 중단하고 모두 성당에 모입니다. 이어서 성무일도 저녁기도를 바칩니다. 그 소리가 제가 머물던 숙소까지 울리게 되면서 전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나에게 기도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기도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들이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는 것인데 왜 내가 기분이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들이 부족하지만 하느님께 나아가려는 자세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에게 3번이나 물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 어떤 때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신학생 때의 삶과 사제의 삶은 또 다른 삶의 모습이기에, 과연 이들이 사제가 되고난 후에도 주님을 따른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생깁니다. 주님은 뒤이어 말씀하십니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사목의 삶, 신앙인의 삶. 동네마다 다르고 분위기 따라 바뀔 때가 많아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매번 한 곳만 바라보았던 삶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중을 생각하며 미리 걱정하기보다 베드로는 이렇게 답합니다.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그 맹세, 약속, 참으로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참으로 예전의 맹세했던 것을 잘 잊고, 때 마다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적절하게 행동하는 지혜라고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신학생들의 기도를 들으면서 ‘내가 한편으로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한 곳만 바라보면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