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나훔 2,1-3,7;마태 16,24-28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잘 따라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만은 부족하고요. 공부를 정작 해야하는 내 쪽에서는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먼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준비는 먼저 자신을 비워야 선생님의 새로운 가르침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수업이 시작되면 비어있던 내 마음속에 가로줄과 세로줄이 그려지면서, 마치 아무 것도 없었던 빈 책장 안에 책이 꽂힐 수 있는 구역설정이 이뤄집니다. 그러면서 분량과 크기에 맞게 여기는 두꺼운 책, 여기는 얇은 책, 여기는 옆으로 길쭉한 책, 여기는 세로로 좁은 책처럼 맞게끔 꽂을 수 있는 질서가 생깁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단 사람은 예전에 자기가 보고 맛 본 것만을 믿으려 하기에, 자기가 예전에 알던 것과 조금만 다르면, 가짜라고 팔 걷어붙이며 덤빌 수 있습니다. 마치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려 하고, 오리다리가 짧다고 일부러 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은 학대로 긴 다리가 편하고, 오리는 오리대로 짧은 다리가 편한데, 이것을 바라보는 내가 불안하여 못 견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자기가 배운 대로, 자기 생각대로 해야만, 그제서야 수긍하고 납득하는 오류에 빠지는 이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입니다. 이 분의 유년 시절에는 흉년이 계속되어 심한 기근 때문에 굶어죽는 이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도미니코 성인은 ‘내가 어떻게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겠는가?’ 하며 가지고 있던 소중한 책을 모두 처분하여 가난한 사람을 도왔답니다. 이때 시기는 역사적으로 금속활자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그 자신도 책이 귀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더 큰 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양보하는 미덕을 보입니다. 일단 무언가를 내놓는다는 것은 자기에게는 손해입니다. 하지만 그래야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독서에 보면 “나는 너에게 오물을 던지고 너를 욕보이며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라” 하시고 있고, 예수님도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하십니다. 요즘 세상에 손해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선 그렇게 해 볼 때, 무엇이 펼쳐질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가끔 교우분들과 면담을 하면서 ‘어찌 이럴 수 있냐~’ 는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정을 들어보면 화가 날만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보고 싶고, 믿고 싶은 면에서만 붙잡혀 있는 경우도 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는 말씀이 있습니다. 진리를 따르는 이라면, 본인의 뜻과 다르게 돌아가는 사태를 보면서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주는 지 봐야합니다. 그것이 진리가 주는 자유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