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8주일. 이사야 55,1-3; 로마 8,35-39; 마태 14,13-21
어떤 물건을 사거나 또는 가전제품을 사면, 그 안에는 ‘사용설명서’ 라는 것이 들어있습니다.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매뉴얼입니다. 간혹 이대로 안하고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고장도 아닌데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자~ 처음 물건을 사용할 때는 설명서를 보면 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우리 자신에 대한 사항입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태어나게 해주었지만 인생을 사는 설명서는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학교를 다니고, 졸업장을 받고, 각종 자격증을 땄어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넘어갈 때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지금 내가 왜 즐거운 지를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정작 누가 물어보면 ‘기분이 별로’ 라던가 ‘그냥..’ 이라는 말로 끝내며,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전 서기 300년 경.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라는 사막에서 살면서 기도한 수도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느님에 대해 잘 알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도록 하라.” 이 말이 맞다면, 먼저 하느님을 알려고 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봐야만 제대로 된 하느님 사랑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여러분께 여쭤보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사랑의 한계는 어느 정도입니까? 좀 더 현실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재산 중에서 얼마까지, 전혀 모르는 남에게 줄 수 있습니까? 꿔주는 것 말고요. 꿔준다는 말은, 나중에 받을 것을 예상하는 단어이기에 사랑에 해당되는 단어가 아닙니다. 자 얼마까지 가능합니까? 생각해보십시오.... 좋습니다. 대충 금액이 나왔지요? 그러면 그 금액을 한 번에 줄 것입니까? 아니면 분할로 주실 것인가요? 여기서 분할로 준다는 말은, 나의 경제 사정 정도를 생각하면서 준다는 말이기에, 우리가 정작 만나려는 사랑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시불로 가능한 숫자를 생각해주십시오. 전혀 모르는 남이기에 또 만날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어느 정도 계산이 끝났을 것입니다. 대충 예상되는 금액이 나왔지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그 금액이 여러분의 사랑의 한계의 현주소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나와 모르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해당되는 사항이니까요. 제가 이런 구구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1독서에 주님은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하시면서 돈 없는 사람도, 돈 없이 술과 젖을 마시며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복음에는 세례자 요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신 후라 울적하셨을 때에,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이 배고픔에 지쳐있다는 소식을 들으십니다. 그 때 제자들이 제안을 해옵니다. “군중을 돌려 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거리를 사게 하십시오.” 자기 먹을 것은,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에 주님은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하시며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십니다. 만약 말귀를 알아듣는 제자들이었다면 뭔가 방법을 강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의 자신의 한계만을 들여다 볼 뿐인데요. 여기서 주님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나눌 수 있는 지를 보여주십니다. 여기서 성경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늘어놓았습니다. ‘예수님을 말씀을 들으려고 멀리까지 왔기 때문에 나름 먹을 것을 싸왔을 것이다... 어디 바위틈에 감춰놓았을 것이다..’ 등등요. 하지만 저는 학자들의 그런 가설보다 2독서의 말씀이 더 와 닿습니다. “형제 여러분,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예수님이란 분은, 자신의 주머니만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한계를 넘는 사랑의 방향제시를 가르쳐 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나름 가지고 있었던 먹을 것들을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목동 본당 교우 여러분~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지고 있는 자기 계좌안의 금액만 쳐다봅니다. 그러면서 남들은 보지 않으려 합니다. 만약 이것이 계속 반복된다면, 이미 우린 지옥에 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정말 만나고 싶었던 것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