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짐이 많아서야...

2009. 11. 30. 오후 10:26:48

1
글자

이제 짐을 싸 놓고 편안하게 나를 정리한다...

내일...미사 때 입을 수단과 신발만 싸면 이제 모든 것은 만사 오케이..
 
그런데 수 많은 박스가 나를 압도한다.
혼자 살면서 이렇게 짐이 많이 필요했단 말인가?  
수녀님들도 이동하실 땐 이렇지 않았는데...
 
"신부님들은 교리를 하시려면 책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혼자 살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수많은 안위되는 말이 머리를 뛰어다닌다...
 
예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를 보았다..
이 책은 수령이 처음 인사발령을 받고나서...행장을 차려 그 고을에 당도하여
임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여러 사항이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는 내용이다.
 
그 중...이같은 짐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짐을 수레에 많이 꾸려가면 그 곳 관리들이 뭔가 안다는 듯이 비웃지만
짐이 없으면 그를 두려워한다." 고.. 
 
가난은 사람을 비난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같은 사람에겐 오히려 재산 이외에 뭔가 큰 보배를 가진이로 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았던 내가.... 내가 직접 싼 짐을 보며...오늘도 허망하게 바라본다.
 
첫 본당인 둔촌동보다 지금 이태원 본당  사제관이 더 크고....
지금 사제관보다 이제 가려는 방배동 본당 사제관이 더 크다는 것을 
그곳 신부님께 인사드려며 알게 되었다...
 
사제관을 크게 만든 것이 내가 만든 것이 아니건만...
점점 그 곳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기만을 빌 뿐이다....
 
이제 시간을 흘러...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가리라...
영원히 머리누일 곳 조차 없는 인생이 되리라는 사실이 조금.. 외롭기도 하지만..
그 방랑의 시간이 오히려 나를 일깨워주는 시간이 되리라 본다...
 
그래~ 그렇게 사는 속에서 이 짐의 대한 압박도 자유스러움으로 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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