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후라서 그런지 날이 제법 쌀쌀하다. 문자에 답을 주시는 분들 중에서 ‘날이 추우니 건강에 유의하시라’는 말씀의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가을도 벌써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조금 있으면 여기저기에서 가을 단풍과 낙엽이 우리 주변을 장식할 것이다.
우리 성당은 화분이 제법 많이 있다. 나도 식물을 제법 좋아해서 많이 기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겨울이 들이닥치면 그동안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던 화분이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한다. 겨울 동안 죽이지 않고 잘 돌보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갈 것이다. 뭐든지 눈에 보이면 즉시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라 벌써부터 화분을 어디에다 이동시키고 관리를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물론 관리하시는 분들에게 맡기면 되지만 그렇다고 그분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도 마음이 안 편하다. 그동안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를 물어봐야겠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선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기름 값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상당히 오를 전망이다. 그렇기에 화분을 난방으로만 관리하기보다는 최대한 자연의 햇빛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언뜻 생각해봐도 묘안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본당에서 오랫동안 경험이 있던 사목위원들과 직원의 고언을 받아들여 잘 준비를 할 것이다.
화분을 관리하는 것도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는데 농사를 짓는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IMF 사태 직후에 한 때 귀농인구가 반짝하고 늘어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얼마 안 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유는 농사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농부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시골학교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번 눈으로 확인했다. 확실한 것은 농사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부지런함과 꾸준함이 없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농부들이 이렇듯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도시에 기반을 두고 살고 있기에 잘 모른다. 마트에 가면 편하게 사서 먹을 수 있기에 어떻게 재배되었는가 보다는 가격에 더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나는 농사의 어려움을 직접 보고 경험했기에 마트에 가면 고르기 보다는 손에 잡히는 대로 갖고 오는 편이다. 좋은 놈을 고르는 법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좋은 것을 고른다는 것이 농부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잘 모른다고 해야 하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약간의 지식으로 마치도 전문가처럼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다. 그런 행위가 농부나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지는 관심도 없다. 세상의 농부들은 한 가지 꿈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키운 농작물이 최고의 품질로 인정 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의 일은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상의 상품이 아니라고 해서 땀을 덜 흘리거나 시간을 덜 투자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