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골프와 잔디

2022. 10. 5. 오후 12: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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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오늘 운동은 아무래도 못할 것 같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부터는 등산이나 걷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예전부터 주변에는 골프를 많이 권하고 마음만 먹으면 장비와 회원권 일체 전부 사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정중하게 여러 번 거절했었다. 난 사제로 서품을 받는 자리에서 하느님께 약속했다. 평생 골프하고 스키는 안하겠다고... 지금은 둘 다 대중적인 운동이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난 사제로 살아가면서 되도록 자제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시골에 살면서 도심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특히 잔디밭도 그 중에 하나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밭이나 논 한가운데 파란색을 띈 작물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작물의 정체는 잔디였다. 잔디를 밭이나 논에 심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요즘 골프장이나 팬션 건축이 유행하면서 수요가 많아서 어떤 대체 작물보다 수입도 좋고 수요도 안정적이어서 밭과 논을 갈아엎고 심는다고 한다.

소득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은근히 마음이 불편했다. 식량자급율이 전 세계적으로도 꼴찌를 다투는 나라에서 생산적인 작물이 아닌 것을 위해서 소중한 땅에 심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신학교 다닐 때 운동장에 잔디를 심은 적이 있었다. 이유와 배경은 모르고 운동장에 직접 신학생들이 동원되어서 잔디를 심었다. 처음에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결과는 뻔했다. 운동장에 심은 잔디가 죽어서는 안 된다고 운동을 못하게 하고 운동을 허락해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배정해서 축구나 야구 대신에 조깅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잔디 문화를 개발하고 널리 퍼트린 것은 영국인들이다. 영국은 습기가 많고 겨울에도 온난하여 목초가 자라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목축과 양모산업이 발달했다.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귀족들 가정과 기업을 중심으로 잡풀과 관목을 걷어내고 잔디를 깔고 기하학적인 문양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아직 풀 베는 기계가 발명되기 전이었으니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들어 갔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귀족들과 부자들은 드넓은 잔디밭 위에서 파티를 열고 장난 삼아 그 위에서 놀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를 생각해 냈다. 대표적인 것이 골프와 축구이다. 그밖에 하키, 테니스, 크리켓, 폴로, 럭비 등인데 공통적인 점이 잔디 위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잔디 정원은 보기에는 좋지만 그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잔디밭을 위해서 수없이 죽어간 관목들이다. 하느님이 창조한 것들 중에 필요없는 것은 절대로 없다.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살라고 하셨는데 인간의 이기적 선택이 자연질서와 환경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다.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수없이 살포되는 농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무리 과학 발전 덕분에 친환경적인 농약이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농약은 그저 농약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명을 죽이는 약이 친환경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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