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순교성월을 지내면서

2022. 9. 20. 오전 9:33:22

글자

얼마 전에 후배신부가 팔을 붕대로 싸매고 다녔더니 한 어르신께서 “신부님도 다치세요? 우리 같은 죄인이야 넘어지면 다치는 게 당연하지만 신부님은 하느님이 보호해 주시고 막아 주시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농담으로 한 이야기지만,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 당신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는 복을 주시고 당신 뜻을 어기는 사람들에게는 벌을 주신다는 생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전에 수녀님들과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들께서 딸이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던 분들이 적지 않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어느 자매님도 딸이 수녀원에서 나오도록 아침마다 찬물을 떠 놓고 신령님에게 빌었다가 나중에 세례를 받고는 수녀님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다. 난 하느님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전과 후의 삶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를 생각할 때마다 그 분이 생각난다.

바오로 사도도 처음에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몰라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미워했지만, 그분을 알고 나서는 달라졌다. 예수님을 알기 전에는 로마 시민임을 자랑으로 여기며 살았지만, 예수님을 알고 나서는 그 좋아하던 것들이 쓰레기로 여긴다고 고백했다.


우리들도 순교성월을 지내면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오로 사도가 주님을 알고부터는 세속과 물질을 주는 기쁨이 허무하다는 것을 깨달았듯이, 우리도 진심으로 하느님을 알고 신앙의 참맛을 알게 된다면 그렇게 좋아 보이던 세상 재물이나 권세를 추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고백록>에서 ‘하느님이 자신 안에 계시거늘 다른 곳에서 님을 찾았다.’라고 고백했다. 피를 흘려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던 많은 순교자도 주님을 알고 난 후에는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주님을 소중히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자식이나 자신의 목숨보다도 주님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마침내 목숨을 바쳐 순교했던 것이다.


진정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들도 주님이 주시는 축복과 신앙의 혜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처럼 물질을 쓰레기로 보는 경지에 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물이나 세속적인 가치에 부당하게 끌려 다니지는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세상의 부귀영화가 잠시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빛나게 하지만 결국에는 영원한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어느 순교자가 죽어가면서 했던 신앙고백을 곰곰이 되새겨본다.


“참 좋으신 하느님,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던 저희를 부르시어 당신을 알게 해 주시고 죽음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은 찬미받으소서.”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임신부님 묵상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