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있는 연천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차이점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택배문화다. 서울에서는 택배를 받기가 상당히 편하고 빠르다. 물론 내가 살았던 연천 산골에도 택배는 온다. 학교에 가끔 놀러오던 동창들이 이곳에도 택배가 오냐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택배가 오긴하는데 오는 시간들이 들쭉날쭉이다. 너무 오지다보니 대부분 마지막으로 배달이 온다.
서울에서는 새벽배송이 유행처럼 되어 있지만 그곳은 불가능하다. 아니 어쩌다 새벽에 오기도한다. 그럴 때는 그 전날 배달을 못해서 아침에 갔다주는 경우이다. 그래서 급하게 받아야하는 물건이 낮에만 와도 눈물이 날정도 고마울 때가 있다. 보통은 밤 8시에서 전후로 오는데 요즘처럼 바쁠 때는 밤 10시가 넘어서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오히려 미안하다. 4000원도 안되는 택배비를 받고 깊은 밤에 가로등도 없는 산골로 차를 몰고 와서 배달하는 분들의 수고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끔 택배를 놓는 장소에 음료수를 몇 병을 놓고 쪽지를 적어 놓곤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로움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음료수를 드시고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어쩌다가 낮에 배달을 오시다가 마주치면 아주 반가워하시면서 “고맙습니다. 신부님의 배려에 힘이 나고 기쁜 마음으로 오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음료수 한 병의 가치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목이 마를 때, 피곤할 때 받는 한 병의 음료수는 단순히 음료수 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서울에서는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추억으로만 곱씹어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날 위해서 정성껏 배달을 해주셨던 그 분들과는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누었다. 부디 다시는 못보더라도 안전하게 배달을 잘하시고 건강하시고 늘 평안하시길 기도 중에 기억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