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하느님의 자녀

2022. 9. 14. 오전 9:21:36

글자

대림동성당에 와서 두번째 주일을 지냈다. 이번 주일은 추석과 이어져 있어서 성당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조상들에 대한 고마움과 ’우리는 누구인가’를 생각해보았다.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모든 존재는 무엇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가 결정된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다 죽는 삶을 살게되고, 파리는 며칠 동안 목숨을 받아서 산다. 우리 인간은 사람의 생명을 받아 사람의 삶을 살아간다. 곤충이나 짐승보다는 훨씬 가치 있고 고귀한 삶을 살아간다. 이유는 인간은 살면서 진선미를 알고 자유를 누리며 사랑도 한다. 또한 뛰어난 지혜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그러나 이런 고귀한 인간도  한계에 봉착하는데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죽어 간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가진 인간이 세례성사를 받으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세례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성사’이다. 세례성사를 받기 전에는 인간의 자녀로 태어나 인간의 삶을 살았다면 세례성사를 받은 지금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서 그 분의 삶에 동참하게되는 것이다.


어떤 임금이 자식이 없었다. 세자를 왕족이지만 시골에 살고 있던  촌뜨기를 뽑았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교육을 못 받은 탓에 글도 모르고 세상물정도 잘 모르지만 그는 왕세자가 된 후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왕자의 옷을 입고 왕자의 음식을 먹고 교육을 받으면서 왕궁에서 생활하다보면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더 이상 촌뜨기가 아니라 머지않아 임금이 되어 나라 전체가 자신의 것이고 모든 국가의 운명을 한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모든것을 상속 받는다. 왕자가 왕의 상속을 받는 것처럼,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도 하느님 나라를 상속받게 될 것이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세례를 받은 우리의 삶은 세례를 받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몇십 년 후에는 그 삶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살아있는 동안에 여러 가지를 더 갖고 이루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무리해가면서 무엇인가를 더 가지려고 발악해서는 안된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귀품을 갖고 살아야한다. 기껏해야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 그나마 사는 동안에도 인간 능력의 한계 때문에 수없이 많은 고통으로 살다가 죽어 없어질 가련한 우리가 감히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커다란 영광이다. 


연휴의 끝인 오늘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와 사제가 된 내가 하느님의 나라의 완성을 위해서 어떻게하면 힘을 보탤까?를 고민해 봐야겠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임신부님 묵상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