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명절 음식

2022. 9. 8. 오전 9: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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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보면 어렸을 적에 명절이 지나고 나면 어머니께서는 각종 전이며 나물 그리고 남은 명절 음식을 섞어서 찌개를 끓여 주시곤 하셨다. 나는 그 음식이 그렇게 싫었다. 명절 내내 먹은 것도 지겨운데 잡탕식으로 나오는 찌개는 쳐다보기도 싫어서 젓가락 한 번 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까다롭다고 하시면서 구박을 하시곤 했다. 가족들이 많고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철이 한참 없었다.


그렇게도 다른 음식끼리 섞이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산골 학교에 근무하면서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는 시간이 많았을 때에는 남은 음식을 모아서 끊여 먹곤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음식을 버려야 했다. 음식을 버리는 일은 굶어 죽어 가는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큰 죄악이라 생각해서 버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버릴 경우에도 산짐승들을 위해서 한 곳에 다소 곤히 모아놓으면 멧돼지며 들고양이, 그리고 이름 모를 짐승들이 먹고 가곤하였다. 


옛날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속 못 차리는 딸들은 시집가서 자기 하고 똑같이 딸을 낳아서 키워 봐야 친정엄마 마음을 헤아릴 줄 알게 된다’고 했는데 내가 영락없이 그 꼴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드신 어머니께서 음식을 만드시는게 여러 가지로 무리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싫어했던 어머니표 명절식 잡탕 요리가 가끔은 생각이 난다. 지금이라면 어머니의 정성을 봐서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추억으로만 먹는 음식이 되었다. 이번 명절은 어머니를 성당으로 초대를 했다. 새로 부임한 성당을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한가위 미사에 오시라 했다. 그런데 음식을 사제관에서 해먹는 것이 불가능해서 주변 식당이나 호텔에서 대접을 해드려야 할 것 같다. 


남들이 하는 일이 내 마음에 안들 때가 많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내가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의 성에 차기에는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확히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 섣불리 상대방이 하는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가볍고 부적절한 행동이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아직 깊고 넓게 키우지 못한 애들은 매사를 자기 입맛대로 해 달라고 부모님께 조른다.  그런 어린아이들이 세월이 지나서 시집,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그제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게 된다. 


그러고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좀 더 오랜 시간을 묵묵하게 지켜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시간들과 인연을 돌아다보며 스스로를 제어하면서  남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다. 이제야 비로소 나도 철이 조금씩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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