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선은 기다림 속에서 자란다

2022. 9. 26. 오전 10:11:31

글자

형제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 

기다려라.

기다리는 중에 내가 변화된다.

그러면 변화된 나로 인하여 형제가 변화될 것이다.


악은 실체가 아니다.

선의 부족 상태일 뿐.

그러니 선을 북돋우라.

악은 몰아댈수록 야수처럼 자라지만

선은 식물처럼 기다림 속에 자라난다.

                  -초대 그리스교 수도 공동체 규칙서 


글을 쓰는데 도움을 받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전 책을 뒤적거리다 신학생 때 읽었던 책 중에서 보물과 같은 글을 발견하였다. 이 글을 발견했을 때 기분은 마치 쓰레기 더미 가운데서 어슬렁거리다가 찾고 있던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었다. 신학교 대학원 과정에서 나는 ‘초기 수도 공동체’를 연구했다. 교구 사제를 지향하는 신학생으로 초기 교회는 분명히 나의 사제의 삶의 길을 펼쳐줄 것 같아서 관심을 가졌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나의 현재의 삶과 과거 순수 그 자체였던 신학생 때의 모습을 잠시 비교해보았다.


“평화란 남이 내 뜻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산중을 떠나 도심 한복판에 발령이 났을 때 가슴 속에 수없이 되새겼던 말이다. 대림동성당에서 한 달 가량 살면서 주님 앞에서 끝임없이 되새김질 하고 있다. 현재 나에게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원칙대로의 삶을 살면서 기다려 주는 것이다. 그것도 내 뜻이 아니라 그 분의 뜻대로 살면서.....


사실 사람들과 부대껴 살면서 주변의 일들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만큼 답답한 것은 없다. 특히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교회 지도자 일수록 더 그렇다. 자신의 뜻대로 사람들과 세상이 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처음부터 사제로의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점점 느끼는게 있다. 제 뜻대로만 되는 일은 그 어디에도 없다. 특히 조급한 마음에 자신의 의지를 섣불리 들이대면 들이댈수록 상대방은 더욱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난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람에 대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뜻대로 하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을 천천히 배워나가고 있다. 모든 것이 광속으로 흘러가는 세상에서 기다리려하니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진리가 그런 식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느님의 방법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오늘 하루도 온전히 주님께 의지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꾸준히 변화 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해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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