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직선은 곡선을 이길 수 없다

2022. 10. 7. 오전 10: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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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진복팔단 성당에서 갈릴래아 호수까지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 중에 하나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파란하늘과 꽃으로 가득한 갈릴레아 호수를 기억해보았다. 

그러고보니 자연 속에서는 직선은 없다. 있다 해도 그것은 곡선의 일부이거나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에 직선이 없는 이유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지구에서 오직 인간만이 직선을 만들어내고 직선을 좋아한다. 만약 지구가 평평한 모양으로 생겼다면 그 안은 온통 직선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다.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가 있고 그 동그라미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곡선을 만들어낸다.


레오나르도다빈치의 표현에 의하면 하느님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곡선은 인간이라 했다. 균형잡힌 몸매의 유려한 곡선은 시대를 초월하여 예술가들의 찬사의 대상이었다. 서로를 아껴주고 감싸는 영혼의 아름다움 역시 곡선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사랑을 뜻하는 하트 모양을 보더라도 곡선이다. 시골의 나지막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 모든게 곡선이 주는 심리적 효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직선을 ‘효율’을 내세워 그것도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산을 깎고 숲을 파헤쳐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만들고 논밭을 밀어 그 위에 콘크리트 직각기둥을 무수히 꽂아놓고 그 위와 아래에 길과 철로를 만들었다. 하느님이 만들어 놓으신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싹둑 잘라서 항만과 부두를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덧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직선으로 도배질되었다. 그에 따라 직선을 자연스럽게 닮아버린 사람들은 경쟁자를 밀쳐내기 시작했다. 직선의 마음은 도시의 확대로 이어지고 확대된 도시들은 직선으로 연결하면서 자연의 파괴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둥그런 지구 위에 직선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쌓고 만드는 행위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반란이다. 이 상태로 직선화를 계속하게 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대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곡선회복을 위해 힘을 써야 한다. 도시의 일부분을 곡선화하고 너와 나 사이에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쓸쩍 틀어놓고 그 사이에 꽃과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설령 일상에서 화가 났더라도 굽은 길을 지나가는 동안에 기분이 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직선적인 명령에 시달리는 조직일수록 주위에 곡선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결국에는 일의 효율과 인간관계는 직선 보다는 곡선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생명들이 직선에 의해서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곡선정신과 조선의 천재 화가 김홍도의 해학적 곡선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서 다시 지구를 살리는 일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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