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춘설이 분분하다.
제법 신나게 묵직하게 내린다.
꽃이 피었다고,봄이 예년보다 보름이나 빠르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떡눈이 흠벅지게 내린다.
사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많이 와야 한다.
얼마나 가물었냐?
메마른 강물을 놓고 지역단체장끼리 말싸움을 해대고
서울 수돗물을 태백 정선에서 가져다 먹고.
이거 물걱정이 남의 일이 아니 게 되었다.
오늘 일로 태백을 가게 되어 있는데 걱정이 된다.
긴요한 약속을 해놓았는데 말이다.
묵호항 생선회도 받아 가지고 직원들하고 회식하자고 말도 꺼낸 터인데.
강원도 심심 산골 길이 빙판길일텐데.
사실 봄에 내리는 눈은 차갑진 않다.
볼에 닿아도 시원하다. 반갑고 상큼하다.
더구나 메마른 대지를 푹 적셔줄만큼 내려준다면야 고맙기 그지 없고.
사무실 앞창 오죽 잎에 사분사분 눈이 앉는다.
댓잎이 잠시 떨더니 이내 반가워 얼른 받는다.
중산리 댓숲에도 그 넓은 산자락에 눈이 내리면
그 눈을 홈빡 맞은 숲의 설경은 신비로울만큼 순결하다.
꽃들이 , 한창 신바람에 들뜬 꽃망울들이 망설이겠다.
먼지로 덮인 꽃눈과 새순의 눈을 닦고 들뜬 맘 가라앉히고 있으리라.
하지만 눈이 그치기만 하면 서로 먼저 나가려고 아우성칠 것이다.
아직도 눈발이 굵다.
풍성하니 괜히 흐뭇하다.
하늘은 어쩜 이리도 자비로우신가 !
동네 개 몇마리가 나와 슬슬 돌아다닌다.
제 놈들도 춘설이 반가운가 보다.
예전엔 봄이 되면 겨울 묵은 빨래를 하러 냇가로 나갔다,
동네 아낙들이 우루루 나와 팔을 걷어 부치고 방망이를 두둘겨 가며
쾌쾌묵은 겨울때를 훌떡 벗겨 내었다.
냇가 빨래하는 여인
볼 위에 눈 내리네.
하얀 치마 받쳐 입고
사뿐사뿐 날개짓 하며
지상에 내려 앉는
힘없이 웃고
말없이 부드러운
핼금핼금 눈치보며 여인 주윌 맴돌다가
발그레 상기된 볼 위에
불현듯 다가가 섬뜻 놀래켜 주고
금새 상냥해져 깔깔거리며 도망치는
그래 안다니깐,
보드라운 네 심성을 벌써 안다니깐.
( 부끄러운 본인의 시 " 눈과 여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