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의미에서 대음악가 베토벤이 말년에 남긴 작품 현악 사중주 16번(작품 번호 135번)에 관한 유명한 일화는 우리 신앙인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합니다. 베토벤은 이 위대한 작품의 마지막 악장의 시작 부분 의 악보 위에다 “그래야만 하는가?(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Es muss sein!)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 문장의 뜻과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설명 가운데 한 통설을,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악장의 시작 부분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라는 말을 덧붙인 것을 보면, 이 자문과 자답은 베토벤이 말년까지 소홀하지 않았던 진지한 삶의 태도, 곧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 내고 다다른 삶의 경지를 절묘하게 요약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젊은 나이에 청력을 잃는 등 그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찼지만 고뇌와 결단의 순간들을 통해 가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여정에 주시는 주님의 말씀과 은총의 수많은 사건은 우리의 내적 결단을 기다립니다. 이를 통하여 말씀과의 만남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대신 진정한 말씀의 실천으로 지속됩니다. 이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적정한 무게를 획득합니다. 그러한 삶 안에서 우리와 주님의 만남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으로 변모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