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제1독서는 영원한 생명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는 것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를 밝히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러해야 하는’ 필연적인 관계를 깊이 깨달을 때 우리는 자신의 신원과 정체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자 프롬의 유명한 구분을 빌리자면, 자신에게 그저 붙어 있는 것인 ‘소유’에 매여 있는 대신에 자신의 온전한 ‘존재’를 깨닫는 체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묘한 것은, 이러한 본연의 존재 경험은 오만과 허영과 자존심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내면의 진실을 마주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신원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조금의 꾸밈도 없이 표현하고 감사하는 모범을 우리는 세례자 요한에게서 발견합니다. 회개의 세례를 촉구하는 세례자 요한은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이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이라는 신원을 철저하게 깨쳤습니다. 자신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기를 원하지 않았고, 오직 자기 뒤에 오실 분을 위해 사람들의 정신을 깨우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이러한 겸손은 그저 몸에 밴 습관적인 공손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요즘 심리학에서 자주 언급하는 ‘자존감’이 부족했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진리를 열렬히 추구하는 갈망이 그리스도를 만나 온전히 결실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진리를 체험한 사람의 겸허한 자세는 세상에 영원한 생명을 증언하는 증거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