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기보다.
잘난 사람에게 눈길을 한번 더 주고 잘해 주게 마련입니다.
의인들은 연민의 눈으로 부족한 사람들을 늘 생각하고 그들에게 잘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잘해 준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스럽게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혹은 어떤 꿍꿍이 속이 있었다면 모두 적어 놨을 것입니다.
사랑이란 자신의 이익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서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인간이기에,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예수님께서 그들 안에 계시기에 무조건 베푸는 것입니다.
톨스토이 단편 소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에
마르틴 아브제이티 구두 수선공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구두 수선공으로 있다가 작은 가게를 차렸는데 성실하고 날짜에 잘 맞추고 실력이 있어
가게가 날로 번창하였습니다.
할어버지는 구두방에서 길로 난 창문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움 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죽고 세 아이가 이어서 죽게 되자 마지막 남은 3살 짜리는 자기가 잘 키우겠다고 보살폈는데
심부름 할 나이에 죽자 하느님을 원망하고 교회도 나가지 않고 죽게 해 달라고 비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8년째 성지순례를 하던 고향친구가 찾아와 담소를 합니다.
자기신세를 푸념하고 사는게 싫어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할아버지가 말하자
친구는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이러쿵 저러쿵 비판할 수 없고,
무슨 일이건 우리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들은 죽었지만 자네는 살아야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며
자네가 절망으로 생각하는 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뭣 때문에 사는 것인지 묻자, 친구는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해.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 목숨이니까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게 도리이며
하느님을 위해 살면 아무 걱정없고 모든 일이 편안해 진다'고 말해줍니다.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인지 묻자,
'성경을 사서 읽게. 거기엔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 쓰여있네' 하고 대답합니다.
그리하여 신약성경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늘상 하듯이 예수님을 손님으로 맞아들여 향유를 바르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예수님 발을 씻겨준 여자 이야기를 읽고 묵상했습니다.
나에게 손님은 누구인가? 다름 아닌 하느님이다.
만약 하느님께서 나를 찾아오시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턱을 괴고 잠깐 잠이들었는데
마르틴! 마르틴! 내일 길을 보아라. 내가 갈 터이니 하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하느님을 맞이하려고 주전자 물도 끓이고
방도 깨끗이 청소하고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하느님을 기다렸습니다.
밖에서 눈치우는 할아버지, 추위에 떠는 아기와 엄마, 사과장수 할머니와 소년을 차례로 접대합니다.
일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날이 저물어 도구를 치우고 가죽 조각을 쓸어 낸 다음
램프를 떼어 테이블 위에 놓고는 벽장에서 성경를 꺼냈습니다.
전날 저녁에 가죽 조각을 끼워 놓은 데를 펼치려고 했는데 다른 페이지가 펼쳐졌습니다.
성경을 펼치자 어제 저녁의 꿈이 생각났습니다.
꿈이 되살아나는 동시에 무엇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습니다.
마르틴이 뒤를 돌아다보니 어두컴컴한 구석에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사람인데 누군지는 알 수없었습니다.
그는 다만 마르틴의 귀에 소곤 대는 것이었습니다.
"마르틴, 마르틴,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누구를요?"
마르틴은 말했습니다.
그러자 어두운 한구석에서 눈치우던 스테파니치가 앞으로 나오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형체도 그림자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는 나였다."
목소리가 말햇습니다. 그러자 어두운 한구석에서 아기를 안은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여자가 미소 짓고, 아기가 빙그레 웃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것도 나였어."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와 사과를 가진 사내아이가 함께 빙그레 웃으면서 마찬가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르틴은 몹시 즐거워졌습니다.
성호를 긋고 안경을 끼고 성경의 펼쳐진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의 첫머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것을 주었으며
나그네가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그리고 같은 페이지 아래쪽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중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25,40)'
마르틴은 깨달았습니다.
꿈은 헛되지 않아 이날 어김없이 그리스도가 마르틴에게로 왔고, 마르틴은 그를 대접햇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