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여름 속의 가을 기운이 가득합니다.
한 낮의 햇볕은 여전히 오만하게 뜨겁지만, 어느 새 정말 어느 사이에 하늘은 파랗게 청명하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은행잎도 단풍잎도 초록빛 안에 붉은 빛을 가득 품고 있구요.
시간은 강물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거침없이 흐르는구나 싶습니다.
"미사는 내 인생과 관련된 것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이다"
"주님의 기도를 노래할 때는 태양의 중심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
트라피스트 봉쇄 수도원 수도자이자 작가로 유명했던 토머스 머튼은 '요나의 표징'이라는 일기체의 책에서 이렇게 미사를 표현합니다. 이 글은 미사드릴 때의 제 마음을 대신 말해줍니다.
일년전 예비자 공부를 시작하고부터 참여해온 미사는 늘 제 마음을 충만히 채워주는 기쁨을 줍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기도문과 성가대 찬양입니다.
기도문은 어느 시보다도, 찬양은 그 어느 노래보다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득 전해줍니다.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라는 기도문을 처음 들었을 때,
"생명의 양식인 내게로 오너라. 나를 믿는 사람들은 목마르지 않으며..."라는 찬송을 처음 들을 때 느꼈던
깊은 영적 위로와 따뜻한 사랑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오늘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부를 때는
신자분들의 함께 부르는 기도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저 조용히 그 소리를 듣고 있을 때도 자주 있습니다.
미사는 무엇으로도 다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의 빈 공간이 보름달처럼 한순간에 다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잊고 살았던, 혹은 늘 그리워하고 찾게 되는, 내 마음 깊은 고요함을 만나는 순간이 됩니다.
미사 전과 후의 제 마음은 0과 1의 차이처럼 달라져 있음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참 기쁨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게 하소서"
오늘 교중미사의 본기도문을 내내 묵상하게 됩니다.
시간도 계절도, 사람의 마음도 삶의 환경도 변화하고 흘러갑니다.
붙잡고 싶다고 붙잡아지는 것도 아닌 것들 가운데서 살면서 얼마나 우리는 안타까워하고,
때론 아쉬워하며 살고 있는지요.
모든 것이 변화하고 스러지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내가 숨 쉬고 움직이는 바로 이 순간을 최선으로 정성을 다해 살아야한다는 더욱 깊이 알게 해줍니다.
참 기쁨은 이러한 삶 가운데서,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와 묵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닐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