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급한 채로 이 더운 날씨에
저는 가을을 그리워하고 있답니다.
당신이 주시는 사계절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껏 불평과 불만으로 귀찮아하지 않고
각 계절을 즐겨보고 싶어집니다.
뭔가 익어가고 안정이 되어가는 가을을
올해는 진득하니 벌써부터 기다립니다.
무슨 뾰족한 약속이 있어서도 아니고
무슨 좋은 복이 내려서고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온천지에서 익어가는 그 결실의 풍요로움을
맘 속의 허기를 밀어내고 누리고 싶어서 입니다.
주님
저는 거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도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것들을 구걸하고,
남의 것들을 곁눈질하여 훔쳐내며,
남을 시샘하고 시샘을 부추키며 즐겼는지도 모릅니다.
다 제 허약함의 소치이고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고 느껴서 괴로워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다만 내가 싫어하면서 피해의식에 시달렸던 시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떨치고 일어나서 속살을 여물게 할 가을을 기다립니다.
영글어가는 알찬 인생을 위하여
이 보잘것 없는 한 인생에게도 자비를 베푸시어
깨우침과 깨달음을 알아
삶을 휘청거리지 않고
단단하게 땅을 밟고 한걸음씩 나아가게 하여주십시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