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친구 신아에게

2008. 11. 3. 오후 1:22:05

글자
 
 
서울은 가을이 익어간다.
들국화 사진을 보내줄께..
집 앞의 공원엔 들국화가 피었다가 지고 있단다.
 
어제의 긴 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나이들어도 달라진게 없단 생각이 들었다.
너나..나나..
그렇게 나이들어가지만 어릴 적에 놀러가서 수다떨던 우리랑 달라진게 별로 없단 생각이..
그저 이야기의 무게가 나이든 만큼 무거워진 것일뿐..
 
너의 커다란 눈망울이 보고 싶구나.
내가 아무리 초라해도 넌 나를 언제나 인정해 주고 치켜세워 줬었지.
하지만 나도 네 앞에서 잘난척 하던 장난기가 이젠 주글주글 늙어버린 것만 같구나.
그래도 그렇게 나이들어가는 우리의 삶이 그런대로 풍성하고
'지금'이 우리가 사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랄지..항상 나는 '언제일까?' 궁금했었다.
'나의 때, 나의 시간이 언제일까?' 말이야.
그렇지만 바로 '지금'이 나의 때이고 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더 기다린다고 해도 더이상 무엇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거야.
그냥 이렇게 이어지는 일상이 삶이고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인생이라고 말이야.
 
너무 아픈가? 너무 초라한가? 하지만 난 받아들이고 살아나가기로 맘 먹었단다.
그리고나니까 여유가 생겨서 지난 시간은 지났으니까 돌아보지 않고
다가올 시간은 생기지 않은 일이니까 지레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점점이 이어지는 지금에 충실하게 되니까 맘도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지더라.
그렇다고 팩팩거리던 성질이 다 죽었냐하면 그건 아니지만 말이다..ㅎ
 
참 이 세상은 나더러 내려놓으라는 것이 많았다.
자존심도 내려놓고, 욕심도 내려놓고, 꿈도 내려놓고, 소원도 내려놓고..
다 내려놓고 남은게 없어서 하느님께 드릴게 없습니다.
남은게 없으니 마지막으로 남은 내 인생을 드리겠습니다.
그런 허랑방탕한 소리를 했었단다. 그리고나서의 삶은 나도 모른다. 어떻게 지냈는지..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내가 살아있고 모든 것이 내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는 삶이란 것이지.
 
이웃의 도움도 나의 분별도 주어진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다시 솟는 욕심도
이제는 조금 유연해진채 넉넉하게 이전의 나의 모습을 연민으로 바라본다.
아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온 우리가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에 익숙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채로 살아나가는 것도 또 사는 방법이니 그렇게 또 살아나가다가 우리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자.
 
그때까지 몸도 맘도 건강하기를..
사랑하는 친구에게..
 

댓글 5

  • 2008년 11월 3일 오후 1:34

    비를 기다리는 들국화처럼 서로를 기다리고 서로에 젖어 피어나는 우정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 2008년 11월 3일 오후 7:18

    아이고 부러워라. 두 누님의 우정이 앞으로도 변치 않으시길 기도드려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 2008년 11월 4일 오후 4:23

    나두 부럽당~두분 영원 하소서!(내친구는 모하나?) 친구야~~~~~~~------->자냐!

  • 2008년 11월 6일 오후 7:16

    글쎄 우리 이 참에 자는 친구들 다 깨워서 우리 클럽회원 만들어 볼까!

  • 2008년 11월 7일 오전 9:41

    아닌 새벽에 홍두깨라고 다들 놀라겠지..ㅋㅋ 잼있다..ㅋㅋ

│ 이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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