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8 / 푸근한 듯 보였으나 옅은 안개같은 기운이 깊은 골에서 내내 불어 스산하기도 하고 혹은 낭만적이기도한 날씨
오늘부터 성가대 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모여 함께 하는 날에 비춰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나타내듯 담담하게 때론 심상을 실어서 말입니다.
자리 배치 후 첫 주일이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듯 신선했습니다.
소리도 다른 방향으로 어우러져 또 다른 신선함이 봉헌되었으면 했습니다.
옆짝 스텔라, 빈 자리 로사리아, 뒷줄 세실리아 님들, 오랜 짝이었던 빌지니아, 가지런히 보이는 앨토 단원들.
또 별처럼 멀리 보이는 셋째줄과 남성단원들, 평화를 빕니다.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깊은 시간을 위해 가끔 사진집 속으로 빠지곤 하는데 올 겨울엔 우연히 접한 사진가 김홍희 님의 사진과 글이 맘에 들어 몇 권 따라가다가 그 끝에 사진가 윤현수의 사진집을 보게 되었지요. <안단테 소스테누토andante sostenuto>란 말이 걸리더군요.
안단테는 조금 천천히 걷는 정도이다.
아다지오와 알레그로의 중간 빠르기
여기에 소스테누토가 붙으면
더디게, 일부러 더디게 연주하라는 작곡가의 지시이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960 제 2악장은
안단테 소스테누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이 소나타의 명연주자는 리흐테르이다.
물론 리흐테르라는 연주자 이름은 처음 읽어보는 거니 들어볼리 없지요.
그러나 [리흐테르- 그 수수께끼]라는 자전적 영화 제목과
만성적 우울증으로 시달리던 말년에 고흐의 집을 찾는, 4층으로 오르는 리흐테르의 쇠약한 발걸음을
D960 의 안단테 소스테누토의 속도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그 곡과 영화를 한 순간에 다 섭렵한 듯했습니다.
언뜻 침울한 '안단테 소스테누토'인 것 같지만
이것은 궁극적 삶의 속도요, 희망의 속도요, 꿈의 속도, 우리가 생명을 건강하게 이어가는 속도이기도 합니다.
오늘 성가대 일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지금부터 곰곰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