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속삭이고
창공은 그 훌륭한 솜씨를 일러줍니다.
낮은 낮에게 그 말을 전하고
밤은 밤에게 그 일을 알려줍니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땅으로 퍼져나가고
그 말은 땅끝까지 번져갑니다.
<시편 19:1.-4>
지금으로부터 꼭 25년전 오늘..
1983년 12월 19일..
당시 성탄 성가연습을 하던 스물여섯명의 형제자매들에 의해
세실리아성녀를 주보로 하는 교동본당 성가대가 정식으로 창단되었습니다.
그 후 25년을 지나는 동안
5명의 지휘자(수녀님을 포함)와
5명의 반주자, 그리고 줄잡아 이백명이 훨씬 넘는 단원들이 세실리아 성가대의 역사를 이루어왔습니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예전 성가대가 있던 자리에서부터, 지금의 자리 좌석위치마다
20여년을 거슬러가며
그 곳에 앉아 같이 노래했던 분들이 거의 한분도 잊혀지지 않고
그 소리빛깔과 표정들이 너무도 생생히 그려집니다.
소리에 혼을 담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수고로움과
그렇게 모여진 마음과 기도가 쌓여
순간 순간 전율로 감격했던
그래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성가를 부르던
그 분들 각각의 얼굴들이 스쳐갑니다.
그동안 불렀던 수많은 미사곡들과 성가들..
다듬고 다듬어 대축일 전례에 봉헌하며
가슴으로 느꼈던 하느님 체험의 순간들..
단복과 악보를 넣는 장식장과 신발장 하나에서 부터
악보를 넣는 검정색, 회색, 자주색 피스며..
성가대석 마루바닥 니스칠.. 스텐레스 난간.. 슬리퍼, 커튼, 형광등 하나하나까지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의 주인공의 얼굴이 엮여져 그려집니다.
창단 10주년을 기념하여.. 한복을 입고 <그 소리 온 땅으로> 첫 발표회를 갖던 날의 감격..
단원들의 성금을 모아 새 올갠을 구입하던 날..
처음으로 단복을 입던 날..
어렵사리 영북지역 연합 성가 발표회를 갖던 날..
통일전망대에서의 성모의 밤..
양양 충용성당 축성식,
장신리 공소 축성식,
청호동 성당 축성식..
성글라라 수도원 축성식..
엠마우스로 떠났던 기린, 양구, 양덕원, 죽림동 성당에서의 미사 성가 봉헌..
죽림동 성직자 묘지.. 임요한 신부님, 이베드로 신부님 앞에서 불렀던 <귀천>..
수녀님들과 같이 했던 글라라 수도원에서의 음악 미사..
교구 성가발표회에 참가하며 얻었던 자신감과..
눈 쏟아지던 날의 추억..
맞갖은 성탄 준비를 위해 가졌던 떼제 피정..
부활 준비를 위해 가졌던 성음악 감상회..
고리기도들..
5년전 오늘.. 창단 20주년을 기념하여 선배 단원들 초청해서 성음악 미사를 드리고..
선배들과 같이 무대에 서서 성가를 부르던 감동들..
이루 다 정리할 수 없는 그 많고 많은 추억들이 25년을 거슬러 가슴에 차곡 차곡 쌓여 있습니다.
이 모든 추억들과 더불어..
그리고 그간의 모든 단원들과 더불어..
오늘의 은경축일을 함께 축하하며,
세대 교체를 거듭해 가면서도
25년을 한결같이 봉헌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2천년을 이어온 가톨릭 성음악의 큰 줄기에
우리 세실리아 성가대의 성실한 봉헌이 작은 동참이 되기를
그리하여 또 25년이 흐른 후 50주년 금경축일에
더 깊고 크게 하느님께 맞갖은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유행처럼 한 세대를 반짝하는 음악의 흐름을 따르기 보다는
수 세기를 거듭해 오며 수도원과 본당 성가대를 통하여 전승되고 지켜져 온
가톨릭 전례음악(가톨힉 교회의 보고인 성음악들)을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성가를 사랑하는 우리들에게 있음을 주지하시고
특히 지역 성가대를 선도하는 교동 세실리아 성가대의 헌신과 활동에 기대를 겁니다.
다행히 금년 <주교회의 200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가톨릭 성음악 지침>이 공식 승인됨으로 인해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교회에서도 가톨릭 전례음악의 중요성과
지속적이고 깊은 관심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
성가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각 교구나 본당 사목구에서도 전례음악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추어 교동 세실리아 성가대에도 큰 발전의 시간이 되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시 한번..
그간의 모든 단원들과 더불어 오늘 이 기쁜 날을 축하하며, 주님께 찬미 흠숭 드립니다.
2008년 12월 19일에
장 토마스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