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기본 요소
최경용 베드로
이상적인 단원
여기서 이상적인 단원이란 교본 원본의 제목처럼 ‘단원 자격의 완벽성’perfection of membership을 두고 하는 말이다. 프랭크 더프는 완벽성을 ‘작은 일에도 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하였다(서광선 옮김, 성모님을 통한 승리 2,81쪽 참조).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들이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레지오에서 제시하는 단원 자격의 요건 중 하나는 “단원으로서의 모든 의무를 완수하려는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교본 제13장, 127쪽)이다. 새로운 단원을 추천할 때 단원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논의한 다음에 입단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레지오 조직 체계에 순종하고 어떤 어려움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끈기 있게 단원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단원을 평가할 때 활동 결과에 따른 만족감이나 표면적인 성공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조직 체계에 대한 확고한 충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는 병원에서 불치 환자들을 간호해줄 여인들의 자격과 선발 기준을 순명과 충실성에 두었다. 그에겐 그 여인들이 믿음과 사랑으로 하느님의 섭리에 온전히 의탁한다면 총명함과 우둔함이 문제되지 않았고, 규칙을 충실히 지킨다면 부유함과 가난함이 문제되지 않았으며, 모든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법을 배운다면 유능함과 무능함이 문제되지 않았다(에디 도허티 지음, 이동수 옮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전기, 234-235쪽 참조).
레지오 마리애는 세속적인 로마 군단과 마찬가지로 복종심과 충성심을 요구한다. 충성과 순명은 레지오 마리애의 생명선이고 전체를 하나로 묶는 결속의 원칙이다(교본 제29장, 257쪽 참조). 충성이 없어지면 조직 체계는 무너질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로마 군단의 복종심을 본받기를 원하며 나아가 그 복종심을 성모 마리아의 순종으로 바꾸길 원한다. 성모님의 순종은 수동적으로 따라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자발적으로 이행한 것이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순종을 본받아 3개월간의 수련 기간이 끝나 선서를 할 때 자발적으로 레지오 조직 체계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한다. 그러므로 쁘레시디움의 영적 지도자와 단장은 단원들로 하여금 조직 체계에 대한 확고한 충성과 순명이 단원 자격의 평가 기준임을 항시 마음속에 간직하도록 일깨워 주어야 한다.
으뜸가는 의무
무릇 출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학교나 직장이나 단체는 없다. 특히 레지오는 회합에 빠짐없이 출석하는 것을 단원의 으뜸가는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빠짐없이 출석한다는 것은 회합을 우선적으로 여기고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에 대해 교본 본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레지오를 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회합이다. 회합을 통한 결속이 끊기거나 존중받지 못한다면 단원들은 떨어져 나가고 활동을 올바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단원들이 회합을 소중하게 여길 때, 레지오 조직의 힘은 굳세어진다.”
본문 외에도 교본의 여러 군데에서 단원의 으뜸가는 의무인 회합 참석을 강조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주 회합에 참석하는 일이 레지오의 으뜸가는 의무이며 가장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주 회합 참석의 의무는 무엇으로도 대신 채울 수가 없다.”(교본 제11장 5항, 113쪽); “레지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단원들이 레지오의 여러 회합에 참석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교본 제12장 1항,115쪽); “단원이 지켜야 할 레지오의 의무는 첫째, 쁘레시디움 주 회합에 규칙적으로 정각에 출석한다.”(교본 제18장 7항 168쪽; 제33장 1항, 288쪽)
일상생활이 바쁘고 고달파서 회합에 참석하기 싫을 때도 있고 핑계를 대어 결석하고픈 유혹과 충동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특히 활동보고 거리가 없거나 교본 공부를 맡아서 이행하지 못했을 때 더욱 그런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그런 유혹과 충동을 물리치고 출석하면 비록 활동보고나 교본 공부를 못했을지라도 마음은 홀가분할 것이다. 그리고 회합에서 기도하고 공부한 것만으로도 영적인 보탬이 될 것이다. 교본에 의하면 활동보고나 교본 공부보다도 회합 참석이 더 중요하고 우선적이다(교본 제33장 1항, 288쪽 참조). 회합이 비록 딱딱하고 재미없다 할지라도 꾸준히 참석할 때 레지오 정신이 박히게 될 것이다. 레지오의 회합 날짜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단원이 될 때 비로소 레지오에 맛들인 단원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랭크 더프에 의하면 회합에 잘 참석하지 않는 단원은 자격 미달일 뿐만 아니라 다른 단원까지도 열등 단원으로 하락시키므로 그런 단원을 예사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cf. F. Duff, Victory through Mary, p.325). 특히 부단장은 결석 단원에게 관심을 보이고 출석을 독려해야 한다. 무고 결석자는 차기 회합에서 결석 사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교본 본문은 레지오 창설 초기에 지적되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중요하게 여기는 레지오 조직에 관한 문제, 특히 조직의 초점인 회합의 중요성에 대해 초창기부터 영적 지도자로서 봉사한 미카엘 크리돈 신부Fr. Michael Creedon의 훈화를 길게 인용하면서 끝맺고 있다.
쁘레시디움 주 회합
레지오의 기본을 이루는 마지막 요소는 쁘레시디움의 주 회합이다. 쁘레시디움의 주 회합이란 ‘레지오의 기초 단위체인 쁘레시디움이 매주 같은 요일과 같은 시간에 갖는 회합’을 말한다. 세계 최초의 레지오 회합에서 단원들은 개인 성화를 도모하고 주간 활동을 확인하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주 회합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리하여 정기적인 주 회합을 갖고 주간 활동을 이행하여 보고하기로 결정하였다.
교본 본문은 쁘레시디움 주 회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 회합은 레지오의 심장이며, 이곳으로부터 생명의 피가 모든 동맥과 정맥의 혈관으로 흘러 들어간다. 주 회합은 레지오를 밝히는 전력과 동력을 생산하는 발전소이며, 레지오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제공해주는 보화의 곳간이다. 주 회합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단원들과 더불어 앉아 계시는 위대한 공동체의 수련 도장이며, 주 회합을 통해 그분은 우리의 활동에 필요한 독특한 은총을 베풀어 주신다.”
쁘레시디움 주 회합에는 성모님도 함께 계신다. 성모님은 주 회합을 통해 당신의 모성적인 보살핌을 재현하고 계신다. 그래서 쁘레시디움을 “성모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 곳”(교본 제19장 23항, 193쪽)이라고 일컫는다. 교본은 “쁘레시디움은 성실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제19장 4항, 180쪽)고 강조하면서 주 회합은 어떤 이유로도 걸러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만일 정해진 날짜에 도저히 회합을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날로 옮겨서라도 주 회합을 해야 한다. 단원 대다수의 결석이 회합을 가질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끝으로 교본 본문은 쁘레시디움의 주 회합 참석을 재차 강조하면서 끝맺는다. “주 회합 참석에 소홀한 단원들의 활동은 마치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 이 으뜸가는 의무를 게을리 하게 되면 어떠한 활동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고 곧 레지오 대열에서 탈락하고 만다는 사실은 이치로 보아도 그렇고 이미 경험상으로도 잘 드러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