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三位一體) 교리는 비상 세례 때 가르쳐야 할 4대 교리 가운데 하나일 만큼 중요하다. 신앙생활의 목적은 성부, 성자, 성령이신 성삼위(聖三位)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성화됨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오 마리애에서는 삼위일체 교리보다는 성삼위와 성모님과의 관계를 더 부각시킨다. 왜냐하면 성모님은 성부의 구원 계획에 따라 성령으로 인하여 성자를 잉태하고 낳으심으로써 성삼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령께서 성모님 안에 역사하시어 성자가 사람이 되심으로써 인류는 성삼위와 결합되었으며, 성모님 자신은 성삼위 각 위와 독특한 관계를 맺게 되었기 때문이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는 마리아와 성삼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성부는 마리아를 통해 성자를 세상에 보내셨고, 성자는 인류 구원을 위해 마리아를 통해 강생하셨으며, 성령은 마리아의 동의를 얻은 후에 성자를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케 하셨다고 했다(「참된 성모 신심」 16.140항 참조).
이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성삼위의 교리를 계시 받은 분은 성모님이다. 주님 탄생 예고 때에 성삼위께서 대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마리아에게 스스로를 드러내신 것이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성부)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성자)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5) 이 계시를 통해서 성삼위의 신비가 뚜렷이 밝혀졌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마리아가 천주 성자의 모친이 되시고 따라서 성부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딸이 되시며 또한 성령의 궁전이 되시는 이 최고의 임무와 품위를 지니고 계신다(교회헌장 53항)고 하였다. 교본 본문의 말대로 마리아가 성삼위의 각 위와 맺고 있는 독특한 관계를 살펴보고 묵상함으로써 단원들은 성삼위의 각 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리아와 성부의 관계
제1위이신 성부가 마리아를 통해 성자를 세상에 보내셨기에 성부의 구원 계획을 도외시하고는 마리아를 언급할 수 없다. 구원 계획은 성부한테서 나왔고 그분께 그리스도와 성령의 모든 활동이 집중되어 있다. 마리아는 어디까지나 창조주 성부께 속하는 피조물이며, 성부의 은총으로 간택된 존재이다. 성부께 대한 마리아의 칭호는 일반적으로 딸로 표현된다. 구원 사업에서 성부의 고유한 활동은 자녀들을 낳아 외아들의 생명에 참여시키는 것이다(요한 1,12-13 참조). 성부는 세상 마칠 때까지 마리아를 통해 당신 자녀들을 낳기를 바라신다(「참된 성모신심」 29항 참조). 성부와의 관계에서 마리아는 구세주를 기다리며 준비해 온 이스라엘 백성의 정점으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시온의 딸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전에서 겨우 찾은 아드님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마리아는 하느님이 아버지이심을 가슴에 새기고 묵상했을 것이다(루카 2,49-51 참조).
마리아와 성자의 관계
제2위이신 성자께 대한 마리아의 관계는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이다. 천주 성자께서 마리아의 아들이 되셨으므로 마리아는 당연히 성자의 어머니이다(루카 1,35 참조). 마리아가 신성을 낳은 것은 물론 아니지만 태어나신 분은 신성과 인성으로 구분되는 두 분이 아니라, 한 분 천주 성자이시다. 그러므로 마리아를 인성의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천주 성자의 어머니라 부른다. 성경에서도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갈라 4,4)고 함으로써 하느님의 아드님이 바로 여인의 아들, 즉 마리아의 아들임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성모송에서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이라고 부른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에 의하면, 성자 예수 그리스도는 새 아담으로서 당신의 지상 낙원이었던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들어와 은총의 기적을 행하시고 어머니께 순종하심으로써 성부께 영광을 드렸다고 한다(「참된 성모 신심」 18항 참조).
마리아와 성령의 관계
일반적으로 마리아를 제3위이신 성령의 배필, 성령의 궁전, 성령의 지성소, 성령의 표상(表象) 등으로 표현한다. 몽포르의 성인은 성령의 배필이라는 칭호를 즐겨 사용했다. 그런데 성령의 배필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다. 교부들은 성령께서 마리아 안에 독특하고 탁월하게 존재하고 계심을 드러내기 위해 마리아에게 성전, 감실, 지성소 등의 칭호를 사용했다.
마리아는 성령의 볼 수 있는 표상이다. 성령의 보이지 않는 역사(役事)로써 마리아를 통해 성자가 강생했기 때문이다. 성령의 표상이라는 칭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프랭크 더프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고 있다. 제2위 성자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셨듯이 제3위 성령께서는 마리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계신다.(F. Duff, The Woman of Genesis, p.283) 교본 본문도 성령께서는 성모님의 영혼이나 다름없을 만큼 두 분은 하나 되어 계신다고 말한다.
성삼위와 레지오 마리애 단원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일상생활에서 조배와 기도를 통해 성삼위의 각 위격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했다(cf. F. Duff, The Woman of Genesis, p.278). 단원들이 십자가를 그으면서 외우는 성호경과 영광송은 성삼위께 대한 신앙을 표현하는 기도이다. 교본 본문의 말대로 레지오 단원들이 주님의 기도를 정성을 다하여 바친다면, 영원하신 성부께 영광을 드리고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넘치는 은총에 대하여 감사하는 목적을 완전히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묵주기도에서 사도신경과 주님의 기도를 바친 다음 성모송 세 번을 하는 것도 성삼위와 관계가 있다. 첫 번째 성모송은 성부의 딸, 두 번째 성모송은 성자의 어머니, 세 번째 성모송은 성령의 궁전으로서의 성모 마리아를 생각하면서 바친다.
레지오 마리애는 성령 신심과 결합된 성모 신심 단체이다. 레지오의 그림과 단기, 레지오의 시작 기도와 선서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레지오 안에서 성령과 마리아 신심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바오로 6세 교황 교서인 마리아 공경은 성모 신심의 삼위일체론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동정 마리아께 대한 신심 행위가 그 내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인 삼위일체론적이며, 그리스도론적인 면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일이다. 사실, 그리스도교 예배는 그 자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드리는 예배이다. 전례적으로 표현한다면,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부께 드리는 예배이다.(25항)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