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참된 성모신심으로 사도직을 수행해야 할 의무(교본 55-59쪽)
이 항목은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프랭크 더프의 논설문인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의 내용과 동일하다(F. Duff, Victory through Mary, 11항 122-125쪽 참조).
성모님은 그리스도 신비체의 어머니이시기에 성모신심은 그리스도 신비체에 대한 봉사를 요구한다. 성모님의 생애는 구세주의 어머니요, 인류의 어머니로서 구원 사업을 위한 사도직의 생애였다. 성모님은 사도직을 수행하는 '사도들의 모후'이시다. 인류에 대한 어머니 구실은 성모님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어머니 역할이 없는 성모님이 있을 수 없듯이 사도직 활동이 없는 레지오 단원은 있을 수 없다. 그리스도 신비체에 대한 사도직 활동과 성모신심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따라서 참된 성모신심은 봉사 활동과 사도직 활동을 요구한다. 레지오 회합에서 활동 배당과 활동 보고를 하는 것도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사도직 활동 의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프랭크 더프는 1950년 4월 1일자 편지에서 성모님과 사도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로 말했다. 성모님이 뱀의 머리를 분쇄하려면 먼저 뱀을 쫓아가야 한다. 그러나 성모님은 이 일을 사람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하지 않으신다. 성모님은 평신도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도직 활동을 통해 일을 성취하신다. 성모님은 그런 사람들을 영적 모성애의 도구로 삼으신다.(cf. Hilde Firtel, A man for our time, p.70)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는 그 사도직 활동에서도 당연히 그리스도를 낳으신 마리아를 우러러 본다. [...] 동정녀께서는 당신의 생애에서 모성애의 모범이 되셨으며, 그 모성애로 교회의 사도직 사명 안에서 사람들이 새로 나도록 협력하는 모든 이가 활력을 찾아야 한다(교회헌장 65항)고 하였다.
바오로 6세 교황도 1965년 1월 6일자로 레지오 마리애에 보낸 서한에서 레지오는 성모님을 모시고 온갖 훌륭한 활동을 수행합니다. [...] 우리는 레지오를 통해서, 모든 사도직 활동이 성모님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격려와 감화를 받아야 하는가를 깨닫게 됩니다(부록 1503쪽)고 하였다.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은 성모님과 일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교본 본문의 말처럼 영혼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은 성모님의 본질적인 임무이고 성모님의 삶 자체이므로, 우리가 성모님의 어머니 역할에 동참하지 않으면 성모님과 참으로 일치했다고 말할 수 없다. 교본의 다른 곳(9장 3항, 92쪽)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모든 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성모님과 일치하려면 성모님의 모성적 역할에 참여하고 성모님의 모든 면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본 본문에 의하면 성모 신심이란 성모님의 고귀한 성품과 사명의 온갖 측면을 우리 삶 안에서 재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마리아와 사도직이라는 두 가지 원리가 아니라 마리아라는 단일 원리 위에 세워졌다. 왜냐하면 마리아라는 원리가 사도직과 그리스도교 신자 생활 전체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지오 단원은 말로 봉사하지 않고 사도직 활동으로 봉사해야 한다. 봉사하는 사도직은 수동적으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레지오 단원이 사도가 되는 단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은 봉사 능력을 발휘하여 사도직 활동에 착수하는 것이다. 일단 사도직 활동을 시작하면 성모님의 사명을 도와드리게 되는 것이다. 성모님은 어머니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때 단원들이 도와주기를 바라신다. 단원들은 참된 성모신심으로써 사도직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성모님께서 마음껏 활용하실 수 있는 사도가 되어야 한다.
4)온 힘을 다해 성모님께 봉사해야 할 의무(교본 59-63쪽)
이 항목은 교본 제4장 레지오의 봉사와 관련이 있다. 교본 제4장에 의하면 레지오의 봉사는 아낌없이, 영웅적으로, 꾸준하고 항구하게 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무기로 완전무장하여 거룩한 생활로 봉사해야 한다. 그리고 봉사에 한계를 두지 말고 노고와 고통을 피하지도 말며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믿음과 사랑으로 끈기 있게 봉사해야 한다(29-35쪽 참조).
단원들의 이러한 봉사정신과 자세는 성모님께 봉사할 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단원들은 사도직 활동을 할 때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고 미약한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이루기 위해 성모님께 의탁하고 의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성모님께 대한 의탁을 구실삼아 봉사를 게을리 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온 힘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레지오 단원들 중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성모님이 자기 대신 일을 다 해주신다는 구실로 일주일에 2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도직 활동을 하지 않고 기도로 대신 하려는 이들이 있다. 활동 보고 시간에 활동에 대한 보고보다도 기도에 대한 보고를 하는 단원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은 봉사를 귀찮게 여겨 성모님께 전력 봉사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하고 게을리 한다. 그리하여 갈수록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단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 레지오의 정신인데도 봉사에 대한 사명감과 레지오 정신이 희박해져가는 단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입단 후 처음에는 성모님께 대한 봉사에 열의를 보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결심이 흔들려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활동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다른 단원들의 영향을 받아 '다들 적당히 대충대충 하는데 나 혼자 애쓸 필요가 있느냐'는 유혹에 넘어간다.
프랭크 더프가 성공한 것은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실천할 때 오로지 주님과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최선을 다한 덕분이었다. 그는 일을 추진할 때 일단 결단을 내리게 되면 아무리 어려운 장애물이 있다고 할지라도 결코 중단하지 않았다. 그가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낸 것도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면서 하느님과 이웃에게 온 힘을 다해 봉사하기 위해서였다(cf. R. Bradshaw, Frank Duff, p.211).
온 힘을 다해 성모님께 봉사해야 할 의무에 대해 교본 본문은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아보자. 레지오 단원이 알아두어야 할 활동 태도의 기본 원리가 있다. 그것은 레지오 단원이 성모님의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성모님이 하시는 사업의 참된 협력자라는 점이다. 단원은 동반자 정신을 준수하면서 성모님께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어야 한다. 성모님 사업의 성패는 단원의 태도에 달려 있다. 따라서 단원은 모든 지능과 능력을 세심한 방법과 인내심으로 가다듬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단원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과 방법을 성모님께서는 결코 면제해주시지 않는다. 단원들은 모든 일이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는 것처럼 여기며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활동의 쉽고 어려움을 스스로 가늠하여 어느 만큼의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영적인 일에 타산적인 세속정신이 스며들면 은총을 잃게 되어 결국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원들이 성모님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모자라는 점은 성모님께서 채워주실 것이고, 성모님의 전폭적인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성모님은 단원들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활동하고 봉사하길 바라신다. 레지오 단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한다는 구실로 온 힘을 다해 성모님께 봉사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ß]
부산 구포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