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은 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단원의 의무를 다음과 같이 다섯 항으로 나누고 있다.
1) 성모신심을 드높여야 할 의무
2)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할 의무
3) 참된 성모신심으로 사도직을 수행해야 할 의무
4) 온 힘을 다해 성모님께 봉사해야 할 의무
5)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의 참된 성모신심을 실천해야 할 의무
이 장(章)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참된 성모신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1)성모신심을 드높여야 할 의무(교본 46-49쪽)
레지오마리애는 두드러진 성모신심을 보여주는 단체이다. 레지오는 성모님께 드리는 신심과 성모님을 닮으려는 노력으로부터 그 생명력을 얻고 있기(교본 494쪽) 때문이다. 성모신심은 사람들의 구원과 그리스도 왕국 건설을 위한 수단으로서 놀라운 효과를 나타낸다. 그래서 교본 본문의 말대로 레지오 단원은 본질적으로 성모신심을 드높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는 모든 의무 가운데 가장 앞서는 것이다.
성모신심이란 무엇인가? 성모신심이란 성모님께 자녀다운 사랑과 공경을 드림으로써 예수님과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려는 인간의 자세이다. 가톨릭교회는 성모님과 직접 관련된 축일과 기념일, 성월 등을 통해 성모신심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먼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로 새해를 시작한다. 다음으로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2월 11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5월 13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5월 31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 토요일),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7월 16일), 성모 대성전 봉헌 기념일(8월 5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8월 22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 축일(9월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명 기념일(9월 12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10월 7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11월 21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12월 8일),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12월 12일) 등 1년에 모두 17회나 된다. 또한 5월 성모성월과 10월 묵주기도 성월 그리고 첫 토요일 성모신심을 통해 성모님께 대한 각별한 신심을 장려하고 있다.
참된 성모신심은 성모님과의 일치를 요구한다. 이는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봉헌함으로써 이루어지며, 놀랄만한 자기 성화와 아울러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을 가져다주므로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해야 한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할 때 몽포르의 성인이 가르쳐준 저의 모후, 저의 어머니시여! 저는 오직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나이다라는 봉헌문을 바친다. 단원들은 이 봉헌문을 자주 되풀이함으로써 자신의 봉헌을 새롭게 하고 성모님이 자신의 영혼 안에 항상 활동하고 계신다는 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단원들은 미사, 영성체, 성체조배, 묵주기도, 십자가의 길 그 외의 다른 모든 신심행위를 통해서도 자신이 성모님과 일치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러할 때 성모님을 본받게 되고 감사드리는 한편, 성모님을 꾸준히 공부함으로써 크나큰 사랑을 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할 의무(교본 49-55쪽)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구세주 강생의 비결은 성모님의 겸손이었다. 반면에 교만은 악의 뿌리이다. 천사도 교만 때문에 악마로 전락했다. 자신을 스스로 높이면 추락하고 자신을 낮추면 안전하다. 겸손이란 자신의 처지를 알아 스스로 높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면서 남을 존중하고 모든 것이 하느님 덕분이라고 여기는 자세이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임을 아는 사람이다.
프랭크 더프는 겸손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였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인간의 힘은 무용지물임을 체험하였던 것이다. 그에겐 주님과 성모님이 겸손의 본보기였다. 그는 친구에게 나는 주님과 성모님께만 의지했고, 나 자신에게는 의지하지 않았어요. 나는 내 위치를 깨달았어요. 잠시라도 나 자신의 영예를 추구한다면 곧 타격을 입고 말거에요(로버트 브래드쇼 지음, 안상인 옮김, 프랭크 더프의 생애, 327-328쪽) 라고 얘기했다.
겸손은 모든 덕의 바탕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겸손의 표본은 주님의 강생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이면서도 자신을 극도로 낮추어 인간이 되셨다. 주님의 강생은 동정녀 마리아의 겸손으로 이루어졌다. 마리아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고 겸손되이 하느님께 순종함으로써 성자가 마리아께 잉태되고 인류구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성모찬가(Magnificat)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특별히 돌보신 이유는 마리아가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는 주님께 대한 당신 종의 비천함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루카 1,48-51 참조).
레지오 단원들은 사도직 활동을 할 때 겸손의 본보기인 성모님을 닮아야 한다. 성모님이 지닌 겸손의 덕을 갖추지 않고서는 성모님을 닮았다고 할 수 없다. 단원들은 활동을 할 때 겸손한 마음으로 활동 대상자들에게 부드럽고 소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겸손은 레지오 사도직의 수단이요, 레지오 활동이 태동하는 요람이다. 겸손 없이는 효과적인 레지오 활동을 할 수 없다. 단원들 자신이 하느님께 속해 있고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되면,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일도 기꺼이 떠맡으면서 멸시와 박대도 견디어 낼 것이다. 요컨대 성모님과의 일치가 레지오 활동의 뿌리라면 그 뿌리가 내려지는 흙이 겸손이다. 흙은 뿌리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생명을 성장시킨다. 그러나 겸손치 못한 레지오 단원의 사도직 활동은 흙에서 뽑혀진 뿌리처럼 시들어 말라 버릴 것이다.
레지오 단원 생활에서 내실(內實)을 맺는 법칙은 자아에 대한 초자연적 죽음이다. 성모님을 향해 가고 있는 레지오 단원은 마땅히 이기적인 자아를 죽여야 한다. 교본 본문에 의하면 겸손한 동정녀의 발뒤꿈치는 교만, 이기심, 자만심, 자부심, 자애심, 자기만족, 출세욕, 자기의지 등 여러 형태의 자아라는 뱀의 머리를 짓부순다. 겸손한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교만과 이기심을 물리치는 싸움을 치러야 한다.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고, 삶의 초점을 자기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으로 맞추며 봉사할 때 사도직 활동은 성공할 것이다. 빈 깡통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고 겸손하게 말없이 봉사하는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을 본받아 자신이 하느님께 종속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사람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오직 하느님께만 인정받으려는 생각으로 보잘것없는 일도 기꺼이 하면서 주님의 뜻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ß]
+부산 구포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