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단원의 의무
5)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의
ꡐ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ꡑ을 실천해야 할 의무(교본 63-69쪽)
프랭크 더프가 지닌 성모 신심의 출발점은 프랑스 몽포르 출신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의 「거룩한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 개요」(편의상 「참된 성모 신심」이라고 부름)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레지오 마리애 영성의 원천이다.
프랭크 더프는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가 가르쳐 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작정하였다. 그는 교본에서 참된 성모 신심에 대한 교리적인 배경을 밝히고 단원들이 이 신심을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그는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그리스도 신비체 지체들에 대한 봉사와 활동에 연결시켰다. 그의 노력은 전 세계 레지오 단원들이 의식적으로 몽포르 성인이 가르쳐준 참된 성모 신심을 실천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 신심의 실천을 통해 수천 명의 레지오 단원들이 중국, 베트남, 자이레 등지에서 자신의 생명을 바치게 되었다(cf. R. Bradshaw, Frank Duff, p.247).
몽포르의 성인은 「영원한 지혜에 대한 사랑」이란 저서에서 영원한 지혜를 얻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영원한 지혜를 얻으려면, 첫째로 열렬히 소망해야 하고, 둘째로 끈기 있게 기도해야 하며, 셋째로 전반적인 극기를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 방법 중에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방법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이다. 왜냐하면 성모 마리아 외에 그 누구도 은총을 가득히 받거나 영원하신 지혜를 잉태하고 출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혜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면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실천해야 한다(cf. St. Louis De Montfort, The Love of Eternal Wisdom, pp. 99-113, Montfort Publications, Bayshore, NY, 1980).
「참된 성모 신심」에 대하여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는 1712년 가을 프랑스 로셸에서 「참된 성모 신심」이란 불후의 저서를 남겼다. 성인은 평소에 선교하면서 신자들에게 가르쳤던 것을 정리하여 엮었는데, 저술 동기와 목적은 ꡒ참된 성모 신심가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진실한 제자들을 양성하기 위함ꡓ이었다(「참된 성모 신심」 110-111항 참조). 원본은 프랑스 혁명(1789년) 때 없어졌다가 그의 사후 126년이 지난 1842년 4월 22일 우연히 고서(古書)들이 가득 찬 궤짝 속에서 발견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이는 114항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이 성인이 살아생전에 이미 예견하고 예언한 것이 그대로 들어맞았던 것이다.
이 책에 부제목을 부친다면 저자 자신의 말대로 ꡒ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ꡓ(227항)이다. 이 성인이 가르치는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은 한마디로 세례 때의 서약을 갱신함으로써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 자기 자신을 완전히 봉헌하는 것이다(120항 참조). 누구든지 완덕에 이르려면 ꡐ마귀를 끊어버리고 하느님만 믿겠다ꡑ는 세례 때의 서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단원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의 궁극 목표는 성모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점이다.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성모님은 예수님께로 가는 가장 쉽고 안전하고 확실하고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55항 참조). 따라서 예수님께 자신을 완전히 봉헌하려면 반드시 성모님을 통해야 한다.
봉헌의 단계
몽포르의 성인이 주장한 것처럼 성모님께 대한 봉헌은 봉헌식을 통해 성모님과 정식 계약을 맺는 것이다. 그 계약은 그리스도와 완전히 결합되기 위하여 봉헌문을 읽으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남기지 않고 아낌없이 성모님께 바치는 것이다. 즉 영신적이거나 현세적인 모든 생각, 행실, 소유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포함한 모든 것을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아낌없이 성모님께 바쳐드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소유물은 아무것도 없는 노예와 같은 상태가 되어 전적으로 성모님께 의탁하고 성모님이 쓰시도록 자신을 철저히 내맡기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순교 행위이며, 성모님을 제단삼아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이다. 이처럼 성모님께 봉헌식을 갖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레지오에서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인 3월 25일을 전후하여 아치에스 행사, 즉 봉헌사열식을 갖는다. 성모님께 대한 봉헌식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봉헌문이다. ꡒ저의 모후, 저의 어머니시여, 저는 오직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니다.ꡓ 이 봉헌기도는 아치에스 행사 때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한 번씩 매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 단계는 일상생활과 사도직 활동에서 이 봉헌을 의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몽포르의 성인은 성모님께 완전히 의탁하는 표시로 몸에 쇠사슬을 감는 것도 좋다고 하였다. 성인 자신도 그렇게 하였다. 사슬은 노예를 상징하지만 성모님께 대한 봉헌의 경우 거룩한 사랑의 노예, 자발적인 봉사, 완전한 신뢰와 의탁을 의미한다.
참된 성모 신심은 봉헌식으로 시작되지만 봉헌 후의 생활에서 실현된다. 중요한 것은 봉헌 자체보다는 봉헌의 생활화이다. 성모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후의 삶이 중요하다. 참된 신심은 하나의 행위로서가 아니라 생활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태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성모님이 우리의 삶 전체를 차지하지 못하고 단지 일부분만 차지하신다면 그 봉헌식은 한낱 스쳐가는 기도의 가치를 지닐 뿐이다. 그러나 봉헌 행위를 했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 기도나 활동의 양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은 그대로 계속할 것이며 각자의 평상적인 의향이나 특별지향 기도를 그대로 계속해도 무방하다. 다만 이제부터는 그 모든 것을 성모님의 의향에 맞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성모님이 우리를 차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이따금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이나 화살기도 등으로 새롭게 떠올리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신이 성모님께 매여 있다는 사실을 변함없이 인정하고, 적어도 막연하게나마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환경 속에서 전반적으로 드러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참된 성모 신심은 어떤 열정이나 감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성과 결심과 믿음이 참된 신심의 기초를 이룬다. 이 기초 위에 신심이 자리를 잡으면 단단하게 뿌리박을 것이다. 참된 성모 신심을 실천함으로써 얻는 은총이나 효과는 참으로 크다. 이 신심을 실천하는 이들은 바른 인도와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초자연적인 안목, 단호한 용기,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이 신심을 실천하는 사람은 유연성과 슬기를 지니게 되며 아울러 겸손의 덕이 자신 안에 뿌리를 내린다.
만일 성모님께 영신적인 보화를 다 바친다면 우리가 의무적으로 기도해 주어야 할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버리고 봉헌 행위를 매일 과감히 실천해야 한다. 성모님은 영신적인 보화의 관리자이시며 우리가 성모님께 드린 것은 모두 안전하기 때문이다.ß]
부산 구포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