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 제5장 레지오 신심의 개요

2009. 12. 2. 오후 1: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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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레지오 마리애 신심의 개요

2)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성모 마리아(교본 38-39쪽)

최경용․베드로 신부

하느님과 인간의 중재자는 참 하느님이시요 참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1티모 2,5-6 참조). 성모님의 중재는 다만 예수님의 유일한 중재성에 적극 협력하여 그리스도의 능력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교회헌장 60항 참조). 사실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와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에 의하면 성인들도 하느님께 전구하여 은총을 얻어주므로 은총의 중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성인의 모후이신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분이시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모님을 󰡐은총의 수로(水路)󰡑라고 일컬어 왔다.

1921년 6월에 교황 베네딕토 15세는 벨기에의 메르시에(D. J. Mercier, 1851-1926) 추기경의 요청에 응해 벨기에 국가를 위해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마리아 축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윤허하고 5월 31일에 축일을 지내도록 하였다. 그 이후 이 축일 전례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프랭크 더프는, 이 축일이 제정된 바로 그 해에 마리아가 모든 은총의 중재자라는 가르침을 토대로 삼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성상을 모시고 레지오 마리애가 창설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cf. F. Duff, The Woman of Genesis, p.21). 프랭크 더프의 성모 신심에 큰 영향을 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의 󰡐참된 성모 신심󰡑에서도 마리아가 모든 은총의 중재자임을 자상히 설명하고 있다(23-28항 및 44항 참조).

1971년에는 교황청 경신성이 󰡒은총의 어머니요 중재자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는 호칭의 미사 경문을 인준하였다. 이 미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리에 충실하며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모성적 역할과 중재의 임무를 함께 기념한다. 그 후 일부 수정을 가하고 감사송도 보태어 5월 8일에 축일을 지내고 있다(주교회의 전례위원회 편찬, 성모미사 경본, 1988년, 135쪽 참조).

모든 은총의 중재자 마리아 축일 기도문은 다음과 같은데, 이는 레지오 단원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매일 바치는 까떼나의 마지막 부분 기도문이다. 󰡒기도합시다. 저희를 하느님 아버지께 이끄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를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저희의 전구자로 세우셨나이다. 비오니,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간구하는 모든 은혜를 받아 누리게 하소서. 아멘.󰡓

교본 본문은 마리아의 󰡐모든 은총의 중재자󰡑 특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모님은 성령의 거룩한 짝이시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얻어 주신 모든 은총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수로이시다. 성모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시면 아무런 은총도 얻을 수 없다. 더욱이 성모님은 이 모든 은총을 단순히 전해주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모든 것을 더욱 힘써 얻어내신다. 레지오는 이와 같은 성모님의 역할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단원들에게 이를 특별한 신심으로 실천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프랭크 더프가 󰡐모든 은총의 중재자 마리아󰡑를 교본과 레지오 기도문에 삽입했을 때 몇몇 신학자들이 공인된 교리가 아니라고 반대했으나, 그는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이라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마리아의 은총의 중재자󰡑 역할을 언급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말했다(cf. Frank Duff, Victory through Mary, p.152). 그런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성모님의 중재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만(교회헌장 60, 62항 참조) 󰡐모든 은총의 중재자󰡑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교회에서 공식적인 교의로도 선포되지 않았다.

 

3) 원죄 없으신 마리아(교본 39-40쪽)

레지오 마리애 신심에서 성모님의 두 번째 특전은 12월 8일에 대축일을 지내는 한국 교회의 수호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이다. 그런데 레지오 회합에서 모시는 성모상이 바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성상이다. 세계 최초의 레지오 회합에서 단원들은 이 성모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기도하였다.

이 성모상은 191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설립된 천주교 무료급식소에 처음으로 모셔졌다. 그 무료급식소는 가난한 천주교 신자들이 주일에 무료급식을 받는 조건으로 개신교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군 퇴역 군인이며 예수 성심 단주회원인 조셉 가벳(Joseph Gabbett)이 설립한 것이다. 프랭크 더프도 이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였는데 봉사자들의 모임을 󰡐원죄 없으신 잉태회󰡑라고 불렀다.

1916년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부활절 반란을 일으키자, 가벳이 영국군에 재입대하면서 그 성모상을 프랭크 더프에게 넘겨주었다. 프랭크는 그 성모상을 빈첸시오 회관에 보관했는데 공교롭게도 1921년 레지오 최초의 회합에서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성상은 기적의 메달에 새겨진 모습 그대로이다. 성모님이 1830년 11월 27일에 프랑스 파리의 사랑의 딸 수녀회 예비수녀인 가타리나 라부레(Catherine Laboure, 1806-1876)에게 나타나시어, 발현 모습 그대로를 메달로 만들도록 지시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메달󰡑은 일명 󰡐기적의 메달󰡑로도 불린다. 메달 둘레에는 다음과 같은,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한 화살기도가 새겨져 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화살기도는 까떼나에 실려 있으며 레지오 단원이면 누구나 매일 의무적으로 이 기도문을 바친다.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12월 8일에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이란 회칙에서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며 신앙 교의로 선포하였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잉태의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각별한 은총과 특전에 의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견된 공로에 힘입어 원죄에 전혀 물들지 않도록 보호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는 하느님이 계시해 주신 이 교의를 항구히 굳게 믿어야 한다.󰡓(DS 2803)

그 4년 후인 1858년 3월 25일에 성모님은 프랑스 루르드에서 14세 소녀 벨라뎃다에게 발현하셔서 당신의 이름을 󰡐원죄 없는 잉태󰡑라고 알려줌으로써 믿을 교의로 선포된 내용을 확인해 주셨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교회헌장 59항)라는 짤막한 표현으로 믿을 교의를 재확인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죄가 있는 여인의 몸에서 태어나신다면 인류 구원 사업을 제대로 이루실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죄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없어지지만 성모님의 경우는 그 모친 안나에게 잉태되는 순간부터 원죄가 없었다.

성경에서도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한 언급을 간접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창세 3,15 : 루카 1,28 : 묵시 12,1-18 참조). 교본 본문은 이들 중에 인류의 첫 복음이라고 불리는 창세기 3장 15절을 인용하고 있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교본은 인류의 첫 조상을 타락시키고 원죄를 짓게 한 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힐 여자의 후손을 낳으신 분이 바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임을 밝히고 있다. 레지오는 창세기 3장 15절의 말씀을 단원들이 죄악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확고한 신념과 힘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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