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레지오 마리애 신심의 개요
4)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교본 40-41쪽)
레지오 마리애 성모 신심의 세 번째 특징은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이다.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는 일은, 레지오 마리애가 창설될 때부터 이미 실천되어 왔다. 여기서 말하는 어머니는 영적인 어머니이다. 우리는 은총의 세계에서 마리아의 자녀들이다.
성모님은 그리스도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어머니, 즉 그리스도 신비체의 어머니이시다. 신비체의 머리이신 예수님이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면 그분의 지체들인 우리도 당연히 마리아에게서 태어나게 마련이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에 의하면 영적 출생의 아버지는 성부 하느님이시고, 영적 출생의 어머니는 성모 마리아이다. 따라서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지 않는 사람이다.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리아를 어머니라고 불러야 한다(참된 성모 신심 30항 참조).
성모님은 신비체를 낳아주고 키워주는 어머니이다. 성경에서 마리아의 영적 모성이 결정적으로 표현된 곳은 예수님의 유언이 담긴 요한복음 19장 26-27절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구세주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어머니라는 말 대신에 여인이시여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제자가 마리아의 아들임을 엄숙하게 선언하셨다. 요한 복음사가는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 인류의 첫 어머니인 하와에게 사용한 여자라는 칭호를 마리아에게 사용함으로써(창세 3,15 참조) 마리아가 새로운 하와, 새로운 여인으로서 영적 어머니임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 요한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표현한 것은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모든 제자의 어머니로 내어주셨음을 그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도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제자들이기에 마리아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시며, 우리는 모두 마리아의 자녀들이다. 따라서 우리도 마땅히 사도 요한처럼 성모님을 자신의 집에 모셔야 한다. 우리가 성모님을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유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성모님은 십자가상 예수님으로부터 사랑하시는 제자를 아들로 받아들이실 때, 주님 탄생 예고 때에 가브리엘 대천사에게 대답한 마음 그대로 받아들이셨을 것이다. 아들의 유언에 의해 성모님은 새로운 아들의 어머니가 되신 것이다. 성모님은 해산의 고통보다도 더 심한 십자가의 고통을 함께 겪으심으로써 새 생명의 탄생에 참여하셨고 새 생명의 어머니, 제자들인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러기에 성모님은 다락방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출발을 위한 성령강림을 기다리면서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셨고, 제자들에게 영적인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셨다(사도 1,12-14 참조).
성모님은 임종하시는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 즉 모든 믿는 이의 어머니로서 자녀를 돌보아야 할 사명을 사랑과 순명으로 받아들이셨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발현으로써 자녀들을 자애로이 돌보고 계신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 8장은 마리아가 지체들의 어머니(53항), 살아 있는 이들의 어머니(56항), 은총의 세계에서 우리의 어머니(61항)가 되셨으며, 은총의 계획 안에 있는 이러한 마리아의 모성은 끊임없이 지속되므로(62항) 참된 신앙으로 우리는 천주 성모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있고, 또 우리 어머니께 대한 자녀다운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그분의 덕행을 본받을 수 있다(67항)고 말한다.
5) 레지오의 신심은 레지오 사도직의 뿌리(교본 42-43쪽)
성모신심은 레지오 마리애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레지오 단원이 하느님의 어머니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심을 드러내는 일은 주회합 참석이나 활동의 의무와 마찬가지로 레지오의 가장 소중한 의무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단원은 한마음으로 성모신심을 실천해야 한다.
성모신심은 레지오 사도직 활동의 뿌리이다. 나무에 뿌리가 있어야 땅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섭취하며 크게 성장할 수 있고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이 견딘다. 이처럼 레지오 단원들도 각자의 뿌리가 크든 작든 성모 마리아 안으로 뻗어 내려서 성모신심을 통해서 영양분을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성모신심은 그냥 두어도 잘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주회합에서 영적 독서와 훈화, 교본공부, 교육 등의 영양분을 주어 성모신심을 키워나가야 한다.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은 성모신심에서 비롯되었고, 성모신심을 통해서 사도직을 실천하게 되었다. 1917년에 예수성심의 단주회원들과 함께 프랭크 더프는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가 지은 <거룩한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 개론>을 공부하는 모임을 가졌다. 참된 성모신심 회합에서 연구한 결과가 레지오 교본에 수록된 성모신심의 모태가 되었다. 이 점에 대해 창설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레지오 마리애가 태어나기 전 약 4년 동안이나 레지오의 모체가 되는 회합이 지속되었다. 그 회합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회합의 목적은 오직 레지오 마리애를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보였다.
그 모임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다가 레지오가 생기자 없어지고 말았다. 그 모임을 구성하고 있던 회원 중 많은 이가 레지오 마리애에 가입하였다. 참된 성모신심 회합이 개최됨으로써 결국 레지오가 가동된 것이다. 참된 성모신심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 즉 그리스도교의 체제 안에 성모 마리아의 참된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에 모든 일이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하는 방향으로 집중된 것이다(프랭크 더프 지음, 김영일 옮김, 마리아를 통한 승리 1, 427-428쪽).
성모신심을 실천하는 일이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 마리아가 가르쳐 준 참된 성모신심을 실천하는 일이다. 참된 성모신심은 성모님을 위하여,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을 통하여, 성모님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성모신심이 레지오 사도직 활동의 뿌리이기 때문에 상훈 셋째 항목에서 믿음의 정신으로 성모님과 일치하여, 실질적이며 적극적으로 활동을 수행하라고 한다.
레지오 창설자는 교본 본문에서 성모신심에 대한 단원들 간의 일치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성모신심에 대한 단원들의 일치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단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독특한 심심을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그와 같은 신심의 다양성으로 인해 일치가 깨지는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레지오 단원은 엄숙한 책임 의식을 지녀야 한다. 만일 단원들이 이 신심을 실천하지 않거나 신령한 집을 짓는데 쓰일 산 돌(1베드로 2,5)이 되지 못한다면 레지오 조직의 중추 부분이 손상을 입게 된다. … 그러나 단원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레지오 봉사의 일치성을 적절히 드러낸다면 그 외의 더욱 큰 일치, 즉 정신과 목표와 활동에서의 일치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교본 본문의 요점은 모든 레지오 단원이 한마음으로 일치하여 레지오 사도직의 뿌리인 참된 성모신심을 실천하는 일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구포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