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모님과 일치하는 성찬의 전례(교본 78-80쪽)
말씀의 전례가 끝나면 성찬의 전례가 이어진다. 성찬의 전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예물 준비, 둘째 부분은 성찬 전례의 중심인 감사기도이고, 마지막 부분은 영성체 예식이다. 성찬의 전례는 빵과 포도주로 이루어지는 십자가상 제사요 잔치이다. 신자들은 축성된 빵과 포도주 잔을 사제가 들어 올릴 때 우러러보면서 마음속으로 토마스 사도처럼 제 주님, 제 하느님(요한 20,28)이라고 신앙을 고백한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변화되지 않은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로 변화되었음을 믿는다는 것은 신앙의 신비이다. 그래서 사제가 거양성체 후에 신앙의 신비여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모님과 성체성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성체는 성모님으로부터 나왔다. 예수님의 살은 성모님의 살에서 왔으며 예수님의 피는 성모님의 피에서 왔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살과 피를 태중에 모신 세계 최초의 감실이 되셨다. 성모님은 빵집을 뜻하는 베들레헴에서 생명의 빵을 낳으셨다. 성모님은 생명의 빵을 먹이통인 구유에 뉘었다. 구유에 누워계신 생명의 빵에게 최초로 조배하신 분도 성모님이시다. 카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이 개입하여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사건도 성체성사와 관련이 있다. 성체성사에서 포도주가 예수님의 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성탄절을 크리스마스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다. 그리스도의 미사에서 성모님은 제관이요 제물인 그리스도의 모친이시고,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의 어머니시다. 그래서 교회는 성찬의 전례 중에 영원으로부터 주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감사기도 제2양식)를 부른다. 성모님은 성체성사의 여인이시고 성찬의 여인이시다.
성모님은 인류를 대표하여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 계셨던 것처럼 지금도 미사가 봉헌될 때마다 제대 곁에 서 계시면서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돕고 계신다. 교회의 공인을 받은 아일랜드 녹(Knock)에서의 성모 발현은 미사, 성찬의 전례와 관련이 있다. 성모님은 1879년 8월 21일 아일랜드 서부 지방 녹이라는 마을에서 15명의 발현 목격자 앞에서 흰옷을 입고 두 팔을 펴들고 두 시간 동안 말없이 서 계셨다. 성모님의 오른쪽에는 성 요셉이 두 손을 합장한 채 기도하고 있었고 왼쪽에는 흰 제의를 입은 주교가 서 있었다. 더 왼쪽에는 제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십자가와 어린 양이 있었다. 제대는 광선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발현의 핵심은 제대 위의 십자가와 어린 양이다. 주교를 통해 제대와 결합된 성모님은 미사와 함께하는 여인이시다. 교본 본문에 따르면 갈바리아에서 예수님이 돌아가시자 성모님과 함께 있던 로마 군단의 백인대장과 병사들이 갑자기 회개한 것도 성모님의 기도 덕분이었다. 그들은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마태 27,54)하며 두려워했던 것이다. 로마 레지오에 속한 그들은 성모님이 갈바리아에서 처음으로 맞아들인 특별한 아들들이었다. 성모님이 레지오라는 이름에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이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사와 영성체를 개인성화의 지름길로 삼고 있는 레지오 단원들은 미사를 단원들 자신의 제사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단원들은 항상 성모님과 일치하여 행동해야 하는데 이는 성찬의 전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원들은 성찬의 전례에 성모님의 의향과 일치하여 참여해야 한다. 단원들은 미사에 올바르게 참여하기 위해 미사 중에 성모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지녀야 한다.
4) 우리의 보화인 성체(교본 80-83쪽)
성체는 은총의 중심이며 원천이므로 레지오 조직의 머릿돌이다. 성체는 우리의 귀중한 유산이고 보화(寶貨)이기에 단원들은 반드시 성체신심을 지녀야 한다. 성체신심을 지니려면 성체가 지닌 의미와 특성을 알아야 한다. 성체가 지닌 특성과 의미는 주로 십자가상의 제사와 새 계약의 개념, 그리스도의 현존, 사랑과 일치의 성사, 잔치와 친교의 성사, 영적 생명의 양식, 선교의 원천 등이다. 교본 본문은 이들 중 그리스도의 현존, 친교와 일치의 성사, 영적 생명의 양식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성체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현존을 드러낸다. 성경에서 몸과 피는 생명, 즉 인간 자신을 뜻한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빵과 포도주 잔을 드시고 이는 내 몸, 이는 내 피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실제로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셨다. 이것을 실체변화라고 한다. 실체변화란 빵과 포도주의 외형은 그대로이면서도 실체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을 뜻한다. 그리하여 축성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그리스도가 현존하신다. 사제가 미사 때 빵과 포도주를 성령의 힘으로 축성하고 안수함으로써 예수께서 성체와 성혈로 현존하시는 것이다.
교본 본문은 성체를 통한 예수님의 현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체는 무한한 은총이다. 예수님께서 나자렛 성가정이나 예루살렘의 다락방에 계셨던 것과 똑같이 이 성체성사 안에 실제로 계시기 때문이다. 성체는 단순히 예수님을 상징하거나 주님께서 권능을 행사하시는데 쓰시는 도구가 아니라, 실체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시다. 성체는 형제적 친교를 나누는 거룩한 잔치이다. 잔치에서 음식과 음료를 나눔으로써 동참한 사람들 간에 친교의 유대를 맺게 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성체성사는 형제적 친교의 만찬이며 천상잔치를 미리 맛보는 선취이다(사목헌장 38항)고 했으며 교본 본문에서는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은 세상 사람들에게 당신을 나누어 주시어 그들을 당신과 하나가 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이 나눔은 주로 성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성체는 일치의 성사이다. 성체는 그리스도와 신자들 간의 일치, 신자들 상호간의 일치, 즉 그리스도 신비체의 일치를 드러낸다. 교본 본문에서 주님께서는 사람들을 당신과 하나되게 하고 당신 신비체 속에서 일치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 하늘의 빵이 되시도록 예정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교본의 다른 곳에서도 특히 성체성사는 신비체의 지체와 머리이신 그리스도 사이의 일치를 더욱 강화시키는 일을 한다(교본 제9장 1항, 86쪽)고 언급하고 있다.
성체는 음식이다. 예수님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음식의 중요성을 잘 아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빵을 많게 하는 기적도 여러 번 행하셨다. 악마도 음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먹는 것으로 인간을 유혹한다. 아담과 하와로 하여금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했고, 단식하시는 예수님께 접근하여 돌을 빵으로 만들어 먹으라고 유혹하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육신의 음식보다 영적인 음식인 하느님의 말씀을 더 중요하게 여기어 빵의 유혹을 물리치셨다.
성체는 영적 생명의 양식이다. 교본 본문은 영적 생명의 양식에 대해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52)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다.
신비체의 어머니인 성모님은 지체들의 생명을 성체로써 양육하길 바라신다. 교본 본문은 성모님의 이러한 원의를 레지오 단원들이 채워드릴 것을 강조한다. 단원들은 성모님과 일치하여 성모님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원들은 성체성사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일깨우고 인간을 성체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죄와 냉담을 없애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활동해야 한다.ß]
부산 구포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