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신비체(神秘體)란 무엇인가? 그리스도는 머리이고 신자들은 지체로서 서로 결합하여 도와줌으로써 신비로운 몸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는 레지오 마리애 창설의 밑바탕이 되고 레지오 봉사와 활동의 기초가 되는 교리이다. 또한 성모학과 더불어 레지오의 중심이 되는 교리이다.
레지오 단원과 그리스도 신비체는 다음의 세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이 교리는 레지오 봉사의 기초이다
2.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 신비체
3. 신비체 안에서 겪는 고통
1. 이 교리는 레지오 봉사의 기초이다(교본 84-87쪽)
프랭크 더프는 24세 때인 1913년 10월에 빈민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빈첸시오회에 가입하여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를 깨우쳤다. 그는 성모님과 일치하여 어려움을 겪는 그리스도 신비체에 봉사할 목적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했다. 그는 실제로 불우한 소년과 함께 하룻밤을 지냄으로써 이 교리를 체험했다. 어느 날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2층 침실에서 내려가 봤더니 남루한 옷차림의 소년이 잠 좀 재워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소년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그 소년은 사라지고 없었다. 환하게 빛나는 소년이 새벽에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파출부의 말을 듣고 바로 그가 소년 예수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의 원형은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4-5)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다. 그 후 사도 바오로가 이것을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로 발전시키고 체계화했다. 프랭크 더프에 의하면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는 바오로 사도의 서간과 설교의 중심 주제로서 무려 163회에 걸쳐 사용되었다고 한다(cf. F. Duff, Mary shall reign, p.27).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를 중요시하게 된 동기는 자신의 개종 체험에서 비롯되었다. 유다교인이었던 그는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하러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라는 음성을 들었다(사도 9,3-5 참조). 그가 박해한 신자들이 바로 예수님 자신이었다. 그는 그리스도 신비체를 박해했던 것이다. 그리스도 신비체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은 코린토 전서와 로마서에 있고 옥중 서간인 콜로사이서와 에페소서의 중심 주제이기도 하다. 신자들은 지체로서 서로 결합되어 그리스도와 함께 한 몸을 이루면서(로마 12,5; 1코린 12,27 참조)각자가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은 교회이며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는 계속하여 현존하신다고 바오로 사도는 가르친다.
세계 최초의 레지오 마리애 회합에서 시작 기도와 영적 독서를 한 후 앞으로 수행해야 할 활동을 결정하였다. 결정된 활동은 사랑의 딸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더블린 유니언 병원을 둘씩 짝을 지어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 회합에서 단원들이 활동을 할 때 보여주어야 할 정신 자세도 논의하였다. 영적 지도자 토허(Michael Toher) 신부가 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의 최후의 심판을 봉독하고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를 설명해 주면서 활동할 때의 정신 자세를 가르쳤다. 훈화의 핵심은 단원들이 방문 활동을 할 때 활동 대상자 하나하나에게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초의 훈화 내용이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였다(cf. F. Duff, Miracles on Tap, pp.101-103).
교본 본문의 말처럼, 맨 처음 레지오 단원들이 가진 회합에서는 그들이 시작하고자 하는 봉사 활동이 단순한 선행의 차원을 넘어서서 초자연적인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의 초자연적인 성격은 레지오의 봉사 활동뿐만 아니라 레지오의 규율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단원들 간의 조화, 그리고 간부와 동료 단원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기본 원리가 되어야 한다. 활동 대상자와 동료 단원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뵐 수 있어야 한다는 원리가 상훈에도 포함되어 쁘레시디움의 매달 첫 주 회합에서 낭독하도록 하고 있다(교본 84쪽 참조).
2.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 신비체(교본 88-91쪽)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 신비체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성모님은 그리스도 신비체를 낳아주셨기 때문에 성모님 없이 그리스도 신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레지오 마리애에서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에서 머리 다음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는 마리아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마리아 없이 구세주의 강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cf. F. Duff, Mary shall reign, p.221).
하느님의 자녀는 누구나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포함되어 있다. 신비체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다. 그렇다면 성모님은 신비체의 어느 부분에 해당되는가? 성모님은 머리 다음의 중요한 부분인 심장에 해당된다. 성모님은 신비체의 목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있다. 머리와 몸통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은 신비체의 지체들에게 생명의 은총을 전달해주는 성모 마리아의 활동적인 면을 잘 부각시키지 못한다. 반면에 심장은 온몸에 피를 공급하고 순환시켜 건강하게 해준다. 만일 심장이 마비된다면 머리는 그 기능을 상실하며 생명마저 잃게 된다. 심장은 고동이 멎을 때까지 끊임없이 활동하므로 마리아의 생동적이고 활동적인 역할이 잘 부각된다. 그뿐 아니라 심장은 내적 생활의 중심인 마음과 사랑도 상징한다. 성모 마리아는 이처럼 신비체의 심장이지만 그 역할에서는 어머니 구실을 한다. 마리아는 신비체의 지체들을 낳아주고 길러준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 신비체의 어머니로서 모든 지체를 돌보는 일을 한다(교회헌장 53항 참조).
그런데 몸은 각 세포의 협조 없이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눈이 손에게 나는 네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고, 또 머리가 두 발에게 나는 너희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습니다(1코린 12,21)는 말씀처럼 지체들이 서로 도와야 건강한 몸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신비체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도와줄 협력자들이 많기를 바란다. 레지오 단원들이 바로 성모님의 협력자들이다. 레지오는 단원들이 항상 지켜야 할 복무규정인 상훈을 통해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 신비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과 일치하여 활동을 수행하며, 활동 대상자와 동료 단원들 안에서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우리 주님을 다시금 뵙고 섬기시듯이 한다.(교본 제18장 7항 168쪽, 상훈 셋째 항)ß]
최경용․베드로 신부, 부산 구포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