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레지오 단원과 그리스도 신비체
3. 신비체 안에서 겪는 고통(교본 91-95쪽)
레지오 단원들은 초창기부터 불우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 봉사하기 위하여 병원의 환자방문 활동을 실시하였다. 단원들은 병동마다 두 사람씩 배정되었다. 그러나 암 병동을 배정할 때에는 놀랍게도 다들 서로 맡겠다고 지원하였다. 암 병동은 공포의 대상인데도 단원들은 기꺼이 힘든 봉사 활동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cf. F. Duff, Miracles on Tap, p.103). 프랭크 더프는 고통 받고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것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특권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레지오 사업으로서 신비체 안에서 고통 받는 윤락녀들과 노숙자들, 그리고 미혼모들을 위한 숙박소를 운영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업은 다음과 같은 계기로 이루어졌다.
1920년대에는 대규모의 매춘이 성행하고 있었다. 프랭크 더프는 뱀을 짓밟고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도움을 확신하면서 매춘 문제에 도전하였다. 그는 1922년 7월, 윤락녀들이 회개하여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박 3일 간의 주말 봉쇄 피정을 마련하였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24명이 참석한 피정은 대성공이었다. 피정이 끝날 무렵 더블린 시청에 청탁하여 숙박소를 제공받았다. 그 건물을 성 마리아 숙박소(Santa Maria Hostel)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피정을 실시하여 윤락녀들이 그 숙박소에서 새 삶을 찾게 되었다.
골치 아픈 윤락녀 문제를 해결한 프랭크 더프에게 이번에는 시청에서 먼저 노숙자들을 위한 건물을 제공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였다. 그 건물은 샛별 숙박소(Morning Star Hostel)라는 이름으로 1927년 3월에 문을 열었다. 3년 후인 1930년에는 샛별 숙박소 가까이에 미혼모와 그 아이들, 집 없는 극빈 여성들을 위한 건물도 마련되었는데 그것을 하늘의 모후 숙박소(Regina Coeli Hostel)라고 불렀다.
레지오 단원들은 봉사 활동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잦은 접촉을 하게 되므로 고통의 의미에 대해 깊이 알아두어야 한다. 평생에 한 번도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레지오 단원들은 고통의 의미를 잘 깨달아 고통 받는 신비체의 지체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현대인은 고통, 십자가, 희생, 보속 등의 단어를 입에 담기를 꺼려하고 듣기조차 거북해 한다. 그러나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이 없어지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교의 상징은 십자가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 부활하였고 인류를 구원하였다. 이 세상 어느 누구라도 십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고통의 십자가를 거치지 않고서는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십자가의 원리는 하느님 사랑의 법칙이다. 십자가의 고통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이 중요한 것이다. 하느님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고통을 주는 분이 아니다. 주님은 사랑하는 이를 견책하시고 아들로 여기는 이에게 매를 드시는 분이다(히브 12,6 참조). 따라서 고통은 죄에 대한 벌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은 하느님께로 인도해 주는 다리이며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약이다. 고통은 우리를 강인하게 단련시켜 성숙하게 만든다. 고통은 전화위복이 되며 인생에 보탬이 된다.
성모님은 십자가상에서 임종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장이 예리한 칼에 찔리듯 극심한 심적 고통을 당하였다. 교본 본문의 말대로 고통의 예수님과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주님의 구원 사업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영광도 차지하지 못한다. 예수님은 고통 가운데 현존하시며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계신다. 그러므로 고통은 언제나 하나의 은총이다(교본 93-94쪽 참조).
최경용․베드로 신부/부산 가야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