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 사제와 레지오

2009. 12. 2. 오후 1:50:19

글자

사제와 레지오

 

레지오는 단원들로 하여금 교회의 사목자들을 영신적인 아버지이며 목자로서 공경하도록 한다. 레지오는 반드시 사제를 영적지도자로 모신다. 본당에서는 주임 신부가 영적지도자이다. 본당의 주임 신부는 봉사자 없이 혼자서 사목을 원활하게 할 수 없으며 그것은 주님의 뜻도 교회의 가르침도 아니다. 평신도 봉사자 없이 성직자 중심으로 본당이 운영된다면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본당에서 사제가 모든 직무를 도맡아 할 수는 없다. 성직자만이 교회의 주인이 아니라 평신도도 교회의 주인이다.  

교본 본문의 내용대로 󰡒일손을 돕고자 모여든 열심한 신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제의 모습은 바로 우리 주님께서 보여 주신 모습이다. 주님께서는 온 세상을 회개시키려고 준비하실 때 당신이 뽑은 사람들을 주위에 불러 모아 가르치시고 당신의 정신을 넣어 주셨다. 이와 같이 주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사도들은 그 가르침을 배운 대로 실천에 옮겨, 그들을 도와서 영혼을 구하는 일에 나설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교본 본문에 의하면 성 비오 10세 교황은 열심한 평신도들을 훈련하여 말과 행동으로 좋은 표양을 보이게 하며 사도직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추기경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지금 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각 본당에 덕망 있고 명석하고 결단력과 참다운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랭크 더프는 󰡒사제는 구성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역설하였다. 󰡒그리스도는 친히 구성원들을 조직하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사명을 완수하셨다. 만약 예수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면 그분이 세운 종교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상에서 없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구성원들은 평신도 활동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최대한 협력하여 사제의 영역을 넓히는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만일 사제에게 구성원들이 없다면 그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외톨이로 고립되어 아무 힘도 쓰지 못할 것이다.󰡓(F. Duff, Mary shall reign, pp.16-17; 마리아 잡지, 푸른 군대 한국본부, 16호 22쪽 참조)

이처럼 사목자의 사목활동을 돕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필요한데 레지오 단원들이 바로 그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사제와 결속되어 사제의 수족이 되고 사제의 동반자 구실을 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중재 역할을 하신 성모님처럼 각박하고 어려운 현실에 처한 사람들과 사제 사이에 서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봉사한다. 그러므로 사제는 자신의 보조자요 구성원인 레지오 단원들을 잘 활용하여 자신의 사목 활동 영역을 무한히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교본은 다음과 같이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6항󰡑을 새로이 삽입하였는데 아쉽게도 우리말 교본에는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 󰡒사목자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참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그 본래의 임무이다. 그리고 공동체 정신은 지역 교회만이 아니라 보편 교회도 포함하도록 올바르게 계발되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는 오로지 자기 신자들만을 돌보지 말고, 선교 열정으로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을 닦아야 한다. 특별히 예비신자들과 새 신자들을 돌보며 그들이 단계적으로 그리스도인 생활을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본당에서의 레지오 

교본 본문은 먼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27항을 다음과 같이 발췌한 다음, 본당에서 참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레지오를 설립하여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대의 상황에서 평신도들은 본당에서 교회적 친교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으므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특별히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한 냉담자들과 비신자들을 향한 선교 열정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평신도들은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예수님은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루카 10,2)고 하셨다. 본당의 레지오 단원들이 바로 수확할 일꾼들이다. 본당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하여 사도직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신도들은 레지오를 통해 본당에서 사제와 결합되어 선교 활동과 봉사 활동을 잘할 수 있다.  

교본 본문은 본당에서의 레지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레지오 마리애를 설립하게 되면 본당 안의 참된 공동체 정신이 크게 성장한다. 레지오를 통하여 평신도들은 본당 안에서 사제와 일치하여 사목적 활동에 동참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정기적인 주 회합을 통하여 여러 가지 본당 활동을 조절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이점이 있다. 그런데 특히 강조하는 것은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들을 레지오 단원으로 만들어 영적인 성장을 통해 본당이 성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임을 알게 한다면, 이들은 이러한 본당 공동체의 건설을 위하여 지역 안의 모든 사람을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찾아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당에서 레지오 사도직을 수행하는 방법은 교본 제37장 󰡐활동의 예와 방법󰡑에 설명되어 있다.󰡓 

레지오는 본당의 보배라고 불리어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사제들이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 중의 하나인 레지오 마리애보다도 본당의 모든 신자에게 해당되는 소공동체 사목에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아예 쁘레시디움과 꾸리아를 해체하는 본당 사목자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레지오와 소공동체가 둘 다 조화를 이루어 발전할 수는 없을까? 신심 단체인 레지오와 소공동체는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교회의 사명은 신자들의 성화와 복음화 활동이고,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도 개인 성화와 복음화 활동이다. 따라서 레지오를 해체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 수행을 없애는 것이다. 오히려 사목자는 본당의 소공동체 모임에 적극 참여하지 않거나 창설자의 정신에서 빗나가는 레지오를 바로 잡아주고 본래의 정신을 되찾아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선교를 비롯한 사도직 활동과 성모 신심에 바탕을 둔 레지오 마리애의 고유한 성격은 보존되어야 한다. 소공동체 모임이 레지오의 고유한 성격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히려 레지오 단원으로 하여금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잘 하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사목자는 󰡐파괴는 쉽고 건설은 어렵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미 설립되어 있는 레지오를 해체시키지 말아야 한다. 소공동체 사목과 레지오 마리애는 마치 제도 교회를 대표하는 사도 베드로와 은사 교회를 대표하는 사도 바오로처럼 교회 안에 둘 다 필요하다. 그러므로 소공동체와 레지오의 문제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상호 조화와 협력으로 풀어 서로 살아야 한다. 

주임 신부는 레지오 마리애의 영적지도자로서 자신의 관심과 지도 여하에 따라서 레지오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레지오 단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주임 신부가 레지오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노력하면서 본당의 사목 방침에 적극적으로 따르도록 해야 한다.

신부. 부산 가야성당 주임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레지오 교본해설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