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와 레지오
높은 이상과 진취적 행동의 견인차인 레지오
레지오 마리애는 높은 이상과 진취적인 행동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상理想이란 각자의 지식과 경험의 범위 내에서 여겨지는 최고의 가치나 목표라고 하겠다. 이상이 없다면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고상한 이상뿐만 아니라 저속한 이상도 있을 수 있다. 고상한 이상을 가진 사람은 성인聖人도 될 수 있지만 저속한 이상을 가진 사람은 저속한 인간이 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들의 성화를 통해 성모 마리아와 교회 사업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높고 고상한 이상과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진취적 행동으로 옮겨 결실을 맺고자 한다. 레지오는 이상과 행동이라는 두 낱말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쓰이도록 힘써 돕는다. 이상에는 삶의 귀감이 되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 가능한 이상이어야 한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은 결실 없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교본 본문에서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부분은 우리말 교본에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 “역사가 렉키Lecky의 말에 의하면 세계는 그 이상에 지배된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온 인류를 드높인다. 물론 이 경우에 그 이상은 실천 가능한 것이며, 하나의 뚜렷한 목표점을 이룰 만한 것이어야 한다. 레지오가 지니는 이상은 이 두 가지 요건을 갖춘다고 할 수가 있다.”(영문판 원본 65쪽) 프랭크 더프에 의하면 레지오는 본당 사목자를 돕기 위한 이상적인 도구이다. 본당 사목자가 자신의 역할과 영역을 확장하는 데 레지오 단원들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볼 때 사제보다 레지오 단원들이 더 쉽게 민중 속에 파고 들어갈 수 있다. 그리하여 레지오는 사제와 민중의 중간에 서서 봉사하게 된다(cf. F. Duff, Mary shall reign, p.13).
프랭크 더프의 이러한 주장은 곳곳에서 경험으로 입증되었다. 아프리카 최초의 레지오 마리애 지단의 예를 들어보자. 1933년에 나이지리아의 칼라바르 해안 이푸호Ifuho 본당에서 제임스 모나가James Monaga 주임신부가 레지오 지단을 하나 설립했다. 초대 단장은 원주민 청년 교사 미카엘 에켕Michael S. Ekeng이었다. 주임신부는 단장을 적극 지원했고 단장은 레지오의 이상을 행동으로 옮겼다. 단장은 단원들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하여 사제의 영역과 영향력을 보다 더 넓게 확장시켰다. 그 결과 수개월 만에 첫 꾸리아를 창단할 수 있었고, 불과 2년 사이에 4개 꾸리아와 50여 개의 지단을 설립함으로써 본당 공동체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본당 사목자가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을 잘 활용하면 본당 공동체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 레지오를 통해 본당 공동체가 성장하고 발전하면 교본 본문의 말대로 사제, 수도자 성소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아쉽게 이 문장도 우리말 교본에 번역이 되지 않았다. “레지오의 한 중요한 특징은 단원들과 그 자녀들 중에 많은 이가 종교적 성소를 받음으로써 그 사업이 은총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영문판 원본 65쪽)
사실 오늘날 각 본당에 레지오 지단이 많은데 사제가 일일이 지도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대리자를 두고 지도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본당 사목자가 염두에 둘 것은 자신의 관심도에 따라 레지오가 추구하는 높은 이상 실현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이다. 레지오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도 본당 사목자가 레지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사제의 사목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
단원 양성을 위한 도제 제도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 양성 방법으로서 도제 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도제徒弟는 스승의 지도를 받는 수련공修鍊工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중세기에 수공업의 기능 후계자를 양성하던 제도에서 유래한다. 도제 제도徒弟 制度란 제자가 스승 밑에서 수련하여 숙련공이 되면 독립하여 영업을 하며 그 역시 수련공을 두어 기능을 전수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병원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의사가 실습을 통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도제 제도는 기능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상적인 훈련 방식이다.
도제 제도는 이미 2천 년 전에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제자 양성 방법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을 줄곧 따라 다니면서 구원사업을 배우도록 하셨다. 그런 다음 그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여 실습하도록 하셨다(루카 10,1 참조).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실천에 옮기는 교육 방법, 즉 도제 제도를 사용하셨던 것이다.
레지오 활동에서도 이러한 예수님의 교육 방식을 본받아 고참 단원과 신참 단원을 짝지어 준다. 입단한지 얼마 안 된 단원들은 활동 경험이 많은 간부나 단원들과 짝을 지어 활동하게 됨으로써 활동 요령과 방법을 배우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레지오의 도제 제도는 이론과 실제가 결부된 심리학적인 방식을 사용하므로 이 제도를 활동뿐만 아니라 레지오 교육에도 적용해야 한다. 이론만 주입시키는 강의식 교육은 도제 제도에 부합하지 못한다. 강의도 활동과 실천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교본 본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도 양성을 거론할 때면 일반적으로 강의를 듣고 교재를 공부하는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레지오는 활동이 따르지 않는 사도 양성이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실제로 활동을 떠나서 사도직을 논하는 것은 그 의도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강의 제도는 이론이나 지식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보잘것없는 일이나 개인 접촉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일에 몸 바치기를 꺼려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평신도 사도직의 모든 일이 대개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실질적인 활동에 달려 있기 때문에, 레지오는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쁘레시디움을 평가하는 기준들 중의 하나가 도제 제도 실시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레지오 안에서 도제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도제 제도를 실천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둘씩 짝지어 주는 활동을 배당하지 않고 혼자서 활동하게 하는 점은 시정되어야 한다. 2인 1조를 기준으로 하는 조별 활동이 이루어지고, 조별 활동 보고서가 제대로 실시되는 쁘레시디움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쇠퇴할 것이다.
레지오는 도제 제도를 교육과 활동 분야뿐만 아니라 주 회합에도 적용하고 있다. 쁘레시디움 주 회합이야말로 레지오의 단원 양성 학교이기 때문이다. 쁘레시디움에서 새 단원으로 하여금 레지오의 규율과 규칙을 배우며, 회합 출석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도와 공부뿐만 아니라 활동 보고 요령을 배우는 것은 바로 도제 제도에 따른 단원 양성 방법이다.
도제 제도는 레지오 마리애의 활성화 방법이고 유능한 단원들을 양성시키는 이상적인 교육 제도이다. 따라서 단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단원들은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둘씩 짝을 지어 활동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도제 제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