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찌게 특강

2010. 12. 25. 오후 10:19:41

글자
 
 
 
     김치 찌게 특강
                                           강 훈 정
 
 
 
    다년간 김치찌게를 끓여서
    이 분야에서만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제가
    특강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맛있는 ( 뭐 약간 실패한 김치도 상관없음 ) 김치 찌게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 되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모든 것이 그렇듯 김치찌게를
    맛있게 만들겠다는 마음이다
    대충 만들겠다는 생각으로는 천하없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
 
    둘째는 좋은 재료다
    새삼스럽게 말 할 필요 없이 긴말 하면 잔소리다.
    그렇다면  바로 요 윗줄에는 약간 실패한 김치라도 상관 없다, 라고 쓴건 뭐냐고
    굳이 물으신다면  답은 바로 그 아래 있음을 알려드린다
    마음이라니까요 ' 대충은 안된다, ' 는 것을 명심하시면 됩니다.
 
    우선 기본 준비물을 살펴보자
    적당히 그러나 제법 익어 약간 새콤한 김장 김치
 
    꽁치 내지는 참치 통조림 감자 양파
    콩나물 마늘 다진 것 빻지 않은 건고추 두개쯤 .
    그리고 파
 
    먼저 김치를 썰 때에는 김치 포기를
    도마에 뉘어 놓고 대가리부터 약 3.5cm 크기로 자른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10cm 길이도 좋겠다
    김치통 안에 있는 김치국물 한 국자쯤 넣고
 
    감자 껍질을 벗긴 후 손으로 들고서
    칼로 얇게 낫질 하듯이 깎아 냄비에 놓는다
    김치찌게에 감자를 넣는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도전정신을 발휘해 보았더니 영양가적인 축면도 있겠지만
    담백한 면도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여하튼 두어개쯤 넣어야 보기에도 좋다
 
    양파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먼저 열십자 모양으로 4등분을 한 뒤에
    약 5cm 간격으로 잘라 냄비에 넣는다
    자를 때에는 약간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게 좋다
    슬픈 일도 없는데 눈물 줄줄 흘리고 있으면
    그 꼴을 보면서 웃자니 놀리는 것 같고 여하튼 좀 그렇지 않겠는가
 
    콩나물은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그런데 콩나물 대가리를 감싸고 있던 뱀의 허물 같은 것은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 자고로 말이다
    보기 좋은 것이 맛도 좋다, 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 가
    좀 번거롭다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하기 싫어도 홀딱 벗기시라
 
    음식에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면
    맛이 있을 거란 생각은 버려야한다
    오히려 텁텁하기만 해서 담백한 맛을
    애석하게도 잃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어떤 사람은
    라면의 순수한 맛이 떨어진다고
    달걀을 넣지 않고 끓여먹는다
    하는 짓이 같잖기는 하지만 나도 어떤 때 그런 면이 있는 것을 보면
    깔끔하기 그지 없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냥 웃어보자는 의미에서 썼으니
    의미를 두지 마시고 일테면 일상중에 소소한 재미료 쯤으로 여기시라
 
    그 다음에는 통조림을 열어서 내용물을
    냄비안에서 완전히 뒤집어 쏟아 넣는다
    지금은 옛날 같은 깡통이 아니다 참 좋은 세상이다
    대체 언젯적 얘기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예전에는 깡통따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나가면서 하는 얘기지만
    깡통이 발명된 후 수백 년이 지나서야
    깡통따개가 발명되었다고 하던데, 이전에는
    아마도 칼끝을 깡통 머릿 부분에 대고 망치로 내려치지 않았을런지
    발명은 성공의 어머니, 라는 그 유명한 말씀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그렇구
    내용물을 쏟아 붓고  난 깡통을
    그대로 버렸다가는 혼날 줄 알아야 한다, 가 아니라
    통틀어서 환경문제를 생각해서 라도  깡통 안에  깨끗한 물을 받아
    한 번 휘둘러 냄비에 부어넣어야 한다 두 번 반복해서 할 것을 명심하기 바람
 
    아, 이제는 적당량의 물을 부어야 한다
    물을 붓되 끓어서 넘치지 않을 만큼 부어야한다
    많이 먹을 욕심으로 찰랑찰랑하게 부으면
    맛도 떨어질 뿐 더러 싱크대만 지저분해지니 그러지 마시라
 
    다른 양념은 안 넣느냐고
    아, 그거 마늘
    정말 몸에 좋은 거다
    많이 넣을 수록 좋지만 과하면 모자란 만 못하다는 그 유명한 말씀이 있으니
    참고 기다렸다가 찌게가 다 끓을 무렵
    다진 마늘을 넣어야 살아 있는 마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꼭 잊지 말것
   
    다른 양념은 정말 필요 없다
    이미 김장김치에 온갖 것들이
    다 포진하고 있으므로 더 집어 넣으면 오히려 맛을 망칠 뿐이다
    시각적인 것과 살짝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서
    건고추를 1.5cm 간격으로 서너개와 어슷어슷 썰은 파와 나란히 올려놓으면
    아주 휼륭하다
 
    끓기 전에 냄새가 진동을 해도
    맑은 침이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더라도
    참고 인내하며 뚜껑은 결코 열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 라는 그 유명한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지 않았나
    비린내 가득한 콩나물을 먹고 싶지 않거든.
 
    그러고 나서
    손 씻고 밥상을 정갈하게 닦고
    밥 푸고  숟가락 놓고
    영양가가 있든 없든 너무 조용한 것이 싫거든 텔레비젼을 틀어 놓던가
    아니면 김치찌개랑 어울리는 와인은 어떤 것이 좋을 까 를 생각하다보면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
    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골목을 누비고
    안에서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음 ..
    끝내줘
 
 
 
     2010.12.
 
 
 
 
 
 
 
 
   
 

댓글 1

  • 2010년 12월 27일 오후 12:38

    음~군침이도네요그런데한두가지가빠진듯?하나는두부요(워낙찌게두부를좋아합니다)다른하나는막걸리죠^^아녜스님이마련해주시던그막걸리가있어야제격일듯^^특강잘듣고오늘저녁꽁치김치찌게를해야겠네요아녜스님의빠른회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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