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러합니까?(사목헌장23항)
2006. 12. 2. 오전 11: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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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러합니까?(사목헌장23항) 말하는 사람의 진의를 파악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 오해가 생기며 그렇다면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때로 말하는 이의 저의를 파악해야 합니다. 저의라는 것은 말대로 밑에 깔려 있는 뜻입니다. 저의는 진의와는 다른 다소 부정적인 표현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암시적인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진의와 저의가 같은 뜻으로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 공의회의 진의 공의회가 진실로 지향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역사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깨달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공의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십인십색의 원리 곧 현실의 다양성, 다양한 삶과 다양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이것이 또한 발전이며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기술의 발달과 그것을 통해 문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이웃과 함께 하는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말하자면 개체적 인간은 필연적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학자들은 사회(Society)와 공동체(Community)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사회라는 표현은 개체와 개체의 관계가 집합의 개념으로만 인식된 기계적 관계 또는 비인격적 관계현상을 말합니다. 그러나 공동체란 표현 그대로 함께 하나가 되는 삶, 곧 인격과 인격의 관계, 사랑으로 이루어진 평등한 삶의 관계를 말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지배원리는 법과 질서, 명령과 통치, 의무와 준수 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흔히 비인격적 요소인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체의 기본원리는 인격과 인격의 만남, 사랑과 희생, 봉사와 양보라는 덕성의 가치들입니다. 사회와 공동체가 구분되는 것은 바로 인격적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인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흔히 사회라 부르며 교회를 공동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를 공동체로 변모해야 함이 교회 또는 신앙인의 사도적 책무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부끄럽고 놀라운 일은 오히려 세상 안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체험하며 교회 안에서는 사회를 체험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유학시절에 중공의 주은래는 가난한 학생이었는데 이때 참으로 인간적으로 도움을 준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주의사상을 가진 이들이었고 오히려 그리스도인들과 신자들은 비인간적이거나 또는 아주 냉담했다는 사실을 토로한 점 등 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오히려 세상과 역사현실에 뒤진 전 근대적 봉건적 가치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다짐과 초대 공의회는 분명히 공동체성을 강조하고 정신의 존엄성과 인간 상호존중의 원리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것은 세상의 빛과 소금 또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과도 같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교회와 우리가 과연 그러한가 이제 다시 우리 각자는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되물어야 합니다. 공동체의 원리, 그 중심은 바로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인간을 찾아오신 하느님, 인간과 동화되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강생이 바로 핵심적 표본입니다. 그리고 창조주 하느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리를 함께 고백하고 그 원리에 충실해야 함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목헌장(1965.12,7) 이전에 1961,5,15에 요한 23세는 “어머니와 교사” 그리고 1963,4,11에는 “지상의 평화”등 회칙을 통해 교회가 현 사회에서 해야할 그리스도인의 임무를 장엄하게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문헌은 아름다운 문헌으로만 기억될 뿐 실제로 주교와 사제 그리고 일반 신자들의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두 회칙은 모두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 공동체의 원리를 강조하고있는 것으로 예수의 복음이 오늘 우리 현실 안에서 재해석된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우리 현실 안에 재 강생한 말씀입니다. 말하자면 상식의 재확인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다면 그는 참으로 이 현실사회 안에서 모름지기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사회 안에 내재된 모든 불의를 퇴치하는데 앞장을 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의회가 지향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러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