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심각한문
사람은 누구나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죽음과 고통, 특히
의인들의 고통에 대한 의문은 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습니다. 그리고 사
람은 현실의 모순에 대해 고뇌합니다. 개인, 가정, 교육, 경제, 정, 사회, 문화,
예술, 교회 등 그 어느 분야에든지 나름대로의 모순과 불균형이 있습니다. 그리
고 그것이 법 또는 전통의 이름을 제도화되고 모든 성의 주체요 목적인 인간이
오히려 그 제도에 종속되어 주객이 전도된 모순을 체험하곤 합니다. 세상의 모
순과 불균형은 아마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더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의 모순, 권력의
남용, 유다 종교의 제도화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까?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믿음을 설파하면서 율법을 능가해야 하
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로마서에서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는 그 자신의 한계를 겸허하게 고백했습니다. 율법은 그 자체로 거룩하고 영적
인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잇는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손 치더
라도 사람이 만일 율법에 종속되고 율법의 노예가 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것
입니다. 이것을 바오로는 인간의 육체와 영의 관계에서 비교하며 설명합니다.
육체적 삶이 하느님의 은혜이며 선물이지만, 육체를 따라 산다면 그것은 결국
죄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모금지기 성령을 따라, 하느님의 말
씀을 따라, 양심에 따라 본능을 극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
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바오로 자신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되
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고있으니 말입니다.”(로마 7, 15)라고 고백했습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모순과 불균형의 뿌리는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적 분열, 곧 죄
에 있다는 것입니다. 사목헌장 10항은 바로 이 점을 직시하면서 죄의 뿌리인 인
간의 이기심, 욕심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불화와 분열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굶주린 이들에게 이러한 숙고는 무슨 뜻이 있습
니까? 결국 이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현실을 깊이 생각
하고 고민하노라면 더욱 깊은 의문에만 빠지게 됩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의
문을 던져야 합니다.
계속된 의문과 항변에 대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서 그 해답을 찾고 인생의 의미를 확인합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을
여기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현실의 모순과 불균형 앞에서 당신
자신이 가장 큰 첫 희생자이심을 십자가상의 죽음을 통해 장엄하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며 사람의 아들인 예수의 죽음은 가장 큰 모순입니
다. 그런데 그 모순을 통해 모순이 깨지고 불균형이 사라지는 새하늘, 새땅의
미래를 제시하신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십자가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당
신은 정말 살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
가의 교훈입니다.
우리는 교리를 통해 예수님은 나의 죄,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배웠습
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또한 그 죄의 결과인 제도의 모순,
제도화된 유다인의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신 것입니다. 종교가 경
직화되면 결국 하느님을 믿는다는 경건한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
의 아들을 죽이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예수님의 죽음이 보여
준 것이 아닙니까? 유다인들을 꾸짖은 성서의 말씀은 오늘날 바로 우리 그리스
도인들에게 일차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꾸짖음의 말씀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
운 금년 사순절에 십자가는 더욱 큰 의미를 줍니다.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께
서 내 존재의 근거인지를 되물으며 소박하고 진실한 믿음을 고백합니다.
부활, 죽음 그리고 영원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선포하며 믿음을 고백하고 있습니
다. 그런데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합니까? 깊이 생각해 봅니다.
부활이란 ‘다시 일어서다’라는 말마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어쨌든 부활이란
복합된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1)죽었던 사람이 되살아 나는 경우와 같이(예:
라자로의 부활, 야이로의 딸과 과부의 아들이 되살아남) - 육제적 부활, 개체
적 의미입니다. 2)이집트의 노예 생활과 바빌론 유배에서의 해방과 그 기쁨의
체험으로 - 윤리적, 연대적 의미. 3)묵은 생활에서 새로운 삶으로의 이행과 세
례를 통한 새로운 삶의 체험으로 이것은 - 영적 의미입니다. 모두가 부활이란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부활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합니까? 그것은 라자로의 부활과 같
은 육체의 부활만을 의미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라자로는 살아났지만 결국
언젠가는 죽었을 테고 다시 무덤에 묻혔습니다. 그렇다면 생명 연장의 의미로
써 부활은 여기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예수의 부활은 이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의 부활을 단순히 육
체적 회생 또는 환생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다음으로 정치적, 사회적 억압에서의 해방을 우리는 또한 부활로 표현하고 있
습니다. 그 연대적 기쁨은 이루 헤아릴 길 없고 그것을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은
혜라 노래하고 고백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침략에서 해방된 그 감격이
바로 부활의 체험입니다. 공동체의 기쁨은 부활의 확인입니다. 끝으로 우리는
각자 깊은 신앙적 체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리적 변화, 내면적 다짐, 영적 체
험 등을 통해 우리는 부활을 구체적으로 체험하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내 안에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바오로는 세례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직결시켜 해석하고 가르쳤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예수부활 대축일
을 지내면서 위의 세가지 의미가 겹쳐진 그 큰 뜻을 마음에 되새기고 깨달으며
실천적 교훈을 얻어내야 합니다.
우선 예수 부활에 대한 보도를 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첫째는 빈 무덤 사건이며 둘째는 발현사건입니다. 빈 무덤 사건은 그 자체로 부
활을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빈 무덤은 막달라의 마리아와 여인들에게
공포와 무서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숨게 하였습니
다. 빈 무덤 사건은 예수의 죽음과 연계되어 놀라움과 이상함을 더해주었을 뿐
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예수 발현의 체험을 통해 빈 무덤 사건의 의미가 밝혀
지게 됩니다. 때문에 빈 무덤과 발현의 보도가 연계되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부
활 보도가 종합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 부활 사건은 하나의 틀림없는 객관적 사건으로 사도들과 수백 명의 사람
들이 체험한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동시에 주관적 믿음으로 체험된 것입니다.
객관성이란 보편적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라는 뜻이며 주관성이란 믿음과 사랑
을 지닌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객관성은 유일회적 사건으로, 지
속된 물리성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무엇인가 분명히 일어난 사실을 말합니다.
그것은 자연과 초자연, 현실과 은총, 시간과 무한의 결합이기에 신비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도들 안에, 여인들 안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도망
갔던 사도들과 여인들이 모여와 주님의 죽음을 선포합니다. 곧, 예수의 죽음에
서 큰 의미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며 좌절이 아니라 희망이란 사실
과, 죽음은 더 이상 패배가 아니라 승리라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
다. 부활의 결실이 곧 순교며, 그리고 공동체의 삶입니다. 따라서 부활은 십자
가의 확인, 죽음의 긍정입니다. 지상의 삶에, 지상의 죽음에 영원한 가치, 영원
한 의미를 마련해주고 합일케 한 것이 바로 부활입니다. 따라서 부활은 사람들
의 수만큼,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 가는 그만큼 우리 안에서 반복되고 확인되
는 실재며 가치입니다. 오늘 다시 예수와 함께 부활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
미입니다. 부활은 바로 사랑의 체험, 사랑의 사건입니다. 사랑이란 체험한 사람
만이 지닐 수 있는 실제적 사건입니다. 의인들과 선열들의 고귀한 삶과 정신 그
리고 그분들의 가르침이 역사과정에서 재현되며 후손들 안에 살아 숨쉰다는 사
실이 바로 부활을 깨닫게 하는 하나의 징표이며 인간이 지닌 기억과 정신의 위
대성입니다. 부활은 바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로 영원한 세계와 상면
케하는 인간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선택과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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