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는(1962-1965) 금세기 가톨릭 교회의 전환점으로 꼽힙니
다. 왜냐하면 교회 스스로 세상과 사람, 그리고 하느님과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
며 자신의 태도를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고정관념을 깨고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공의회
는 네 개의 헌장, 아홉 개의 교령, 세 개의 선언문 등 총 16개 문헌을 발표하였
습니다. 모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우선 순위, 또는 가치 순위가 있습니다. 이 가
운데에서는 무엇보다도 헌장이 더 큰 무게를 지닙니다. 네 개의 헌장은 전례헌
장, 교회헌장, 계시헌장, 사목헌장입니다. 특히 사목헌장은 현대세계에 있어서
의 교회의 사목적 책무를 선언한 것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핵심이며 꽃으
로 평가됩니다. 교회의 문헌 제목은 흔히 그 첫 말마디로 정합니다. 첫 말마디
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목헌장의 첫 말마디는 “기쁨과 희망”
입니다. 우리 연구원의 이름은 바로 여기에서 연유된 것입니다. 참으로 모든 시
대에 특히 우리에게 요청되는 핵심적인 내용이 기쁨과 희망이 아닙니까! 세상
안에서, 세상과 함께, 세상을 위해 교회는 모름지기 기쁨과 희망이 되어야 한다
는 다짐이며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기쁨과 희망뿐 아니라 슬픔과 고뇌도 함께 있게 마련입니
다. 말하자면 교회는 세상의 슬픔, 세상의 고뇌, 이웃의 슬픔, 이웃의 고뇌를 함
께 지니고 나누어야 합니다. 아니, 세상의 슬픔, 세상의 고뇌가 바로 교회의 것
이어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지향하면서도 늘 이웃의 슬픔, 이
웃의 고뇌를 우리의 것으로 생각하는 연대감, 동체감을 지녀야 합니다. 산상수
훈의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5,4)라는 말
씀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슬픔과 고뇌는 인간의 특징적 요소입니다. 우리는 많은 일 때문에 슬픔을 겪습
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병, 실패, 오해, 갈등과 배신, 우리 자신의 고통 때문
에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 모든 난관 때문에 고뇌하고 있습니다. 대학
에 진학할 자녀들의 문제로부터 가장의 진로, 경제적 문제, 또 요사이 나라 전
체가 술렁이는 국회의 새벽 날치기,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파업, 기업의 손실,
안기부법 등으로 인한 인권피해의 예상 등 정치 사회적 문제로 고뇌하기도 합
니다. 또는 한보 부도사태, 남북문제, 대만의 핵폐기물 이전 그리고 전 세계 곳
곳에서의 전쟁과 기아, 살상과 폭압의 문제로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은
이 모든 문제로 인해 슬픔과 고뇌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함께 슬퍼하
고 함께 고뇌한다면 거기에는 꼭 기쁨과 희망, 꿈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우리
는 참으로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같은 민족 구성원으로서 우리 시대의 모든 개
인적 문제와 나라의 어려움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민족의 자리
에 뿌리 박은 아름다운 새로운 교회라 생각됩니다.
사목헌장의 첫머리를 새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오늘날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당하는 모든 이
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입니다. 그 어
떤 것도 인간과 무관한 것은 있을 수 없기에 모든 것이 그리스도 제자들의 마음
을 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의 공동체는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이들은 그리
스도안에 모여 아버지의 나라를 향한 여정에서 성령으로 인도되어 모든 이들에
게 전해야 할 구원의 소식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 공동체는 전 인류와 그 역
사에 참으로 길이 결합되어 있음을 체험하고 있습니다(사목헌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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