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삶

2006. 12. 2. 오전 10:59:26

글자
창조적 삶
(사목헌장 9항)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은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인간의 죽음은 그 대표

적 예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죽음은 인간을 슬프게 합니다. 그러

나 인간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 초월을 향

한 염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람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죽

음 앞에서의 비참함과 무한을 지향하는 초월적 희망 말입니다. 이것은 몸과 정

신, 육체와 영혼이라는 불가분의 관계와 같은 것입니다. 사람은 현실의 조건에

서 늘 제약을 받고 그리고 제약은 불균형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사람은 정신력

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목헌장 8항은 현대세계에 나타난 불균형을, 9항에는 인류의 보편적 염

원을 언급했습니다. 불균형은 개인적, 심리적, 가정, 종족, 계층 또는 국가 사이

에서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입니다. 인간은 이기심과 분열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 있는 우리의 현실이 바로 불균

형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을 저주하고, 경제각료를 질타하고, 재벌

들을 탓하고, 노동자들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합니까? 국제통화

기금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귀에 따갑데 들려오는 ‘구조조

정’이라는 말의 깊은 뜻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그렇습니다. 사회적 불균형

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은 성서적 표현으로는 회개를 말합니다. 회개가 필요한 때입니다. 예

수께서 선포하신 “회개하라, 하느님 나라가 왔다.”라는 말씀은 바로 세상에 대

한, 종교에 대한, 신앙에 대한 근원적 구조조정을 뜻합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는 아무리 외치셨어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예수께서는 빌라

도 칼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사건과 실로암 탑이 무너져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

이 깔려 죽은 얘기를 통해(루까 13,1-5) 회개를 강조하셨습니다. 인위적 재난

은 바로 회개를 촉구한다는 뜻입니다.

현 경제 위기를 우리는 모두 인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숱한 인재

가 있었습니까?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비행기 참변, 지하철 사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재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선견자들은 경고했건만 우리는 모두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는 국제통화기금의 철저

한 지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은 냉혹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현실

은 우리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락하는 자세, 그것

이 그리스도인의 용기이며, 부활의 신앙입니다.

국제통화기금 종속이라는 아픈 체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

다.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민족에게 하늘은 외부의 강압조치를 통해 그

것을 교정하고 교육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때야말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이면 산다.’라는 격언의 뜻을 깨닫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이 세상

의 모순과 불균형이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미국의 허구성을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만들어 돈을 버는 미국의 무기산업, 그것은 과

연 무엇입니까. 교회는 낙태를 꾸짖고 단죄하며 생명수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상의 무기공장으로 돈을 버는 미국의 범죄와 돈으로 작은 나라를 지

배하는 자본주의적인 논리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습니다. 교회의 허구성이라

고나 할까요. 때문에 경제위기와 함께 교회의 자세도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시

대를 고발하고 꿈을 간직한다는 것은 곧 창조적 구원의 삶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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