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무섭게 변하는데 (사목헌장 5,6,7,8항)
심각한 변화는 현 시대의 특징적 현상입니다. 사목헌장은 이렇게 당시를 진단
했습니다. 온통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는 현실, 참으로 우리는 큰 변화의 소용
돌이 속에서(5항)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목격하며(6항), 나아가 정신적 윤리적
심리적 종교적 변화 앞에 서있고(7항)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불균형(8항) 생긴
다는 염려를 지적했습니다. 이것은 30여년 전의 진단이었습니다, 그러니 만일
이 시대를 우리 인체에 비유한다면 그 동안에 얼마나 더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인
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며칠 전에 옛 주일학교 교사가 대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나를 찾아왔을 때 나
는 문득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생각했습니다. 나 스스로는 늘 10대 20대의 청년
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바로 앞에 앉아 잇는 모자(母子)는 그것이 바로 나 자
신의 주관 또는 착각임을 분명히 일깨워 주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이와
비슷한 착각 속에 살 때가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진지하게 있는 그대로 눈여겨봐야 합니다. 으레 그
렇거니 했던 사물들을 좀 더 깊이 살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화기
를 봅시다.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면 상대방이 나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
이 아닙니까. 그뿐이 아닙니다. 전지, 냉장고, 자동차. TV, 라디오, 세탁기 그
모든 것을 눈여겨보면 이런 것은 모두 과학문명을 통해 사람이 이룩한 기적의
문화임을 곧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전자시
대, 정보화시대가 아닙니까? 의학과 공학의 발달은 물론 화성에까지 과학의 힘
이 미치고 있으니 이것은 엄청난 진전입니다. 또한 유전자 연구를 통해 동물복
제는 물론 이제는 사람을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인간복제,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명은 22쌍의 염색체로 구성되었다는데 그 중 한
염색체를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머지 염색체를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그렇다면 만일 23쌍의 염색체를 인간이 다 만들어 복합한다면 생명
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실 오늘의 유전공학은 생명의 비밀에 도
전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의 마지막 단위는 무엇이고
생명의 생성이 과연 인간의 힘으로, 과학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연구
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여기서 유보하기로 합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학의 엄청난 힘과 시대적 변화의 심각성입니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그 과학의 열매를 먹고사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 속에서 신앙인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고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지를 진지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과학문명의 혜택을 받는 만큼 인간은 그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 현실의 심각한 교통문제, 쓰레기 등의 환
경오염 문제가 바로 그 구체적 예가 아닙니까? 불과 20여년전 박정희 군부독
재 시절, 일본의 폐기산업이 마산으로 진출해 올 때 이것을 반대하면 감옥으로
끌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대학 연구소에서 라면으로 쥐를 실험한 결과 라
면의 유해성을 확인했지만 발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야말로 먹고살기에 바빴기에 오염과 공해를 말한다는 그 자체가 사
치스러운 일이었고 오히려 나라를 해친다고 하여 중앙정보부에 끌려갈 정도였
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온 나라가 오염과 쓰레기로 앓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문
명혜택에 필수적으로 따라온 대가가 아닙니까?
따라서 문제는, 과학의 발달이 필연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가? 하
는 것입니다. 인간의 한계가 있다면 인간 지혜의 과학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면 인간 지혜의 과학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닙니까. 바
로 이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절대자 하느님을 얘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와 분명 다른
사고를 갖게 마련이라는 사실입니다. 전자문화의 청소년과 기성세대의 생활양
식의 차이는 물론 사고 전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심리, 윤리, 종교적
이해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인구 조절로 요사이 가정에는 흔히 자녀가
한 명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고 합니다.
전자시대, 인간복제 시대, 그리고 이기적 삶, 이러한 시대의 인간의 삶은 어떠
하겠습니까?
이 때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세상이 엄청나게 변하는데 구태의연한 교
리와 예식으로 교회가 과연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고민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변혁과 창조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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